'9.11 테러'와 관련해 미국이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가운데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의 투입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일부 외신은 사건 직후 일단의 미 특수부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이나 파키스탄 서북부지역에 비밀리에 급파돼 워싱턴으로부터의 극비명령을 대기하고 있다는 성급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임무를 띤 미 특수부대원들이 현지에 급파됐는지의 여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다. 무엇보다 빈 라덴이 자신에 대한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미 특수부대원들에 의한 제거공작 가능성을 우려해 은신처를 수시로 옮겨온 점과 이번 임무 자체가 최고도의 비밀이 요구되는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사전에 투입 사실이 밝혀지면 결국 '닭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한다는 점을 미국측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실제로 특수부대를 투입할지의 여부도 아직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투입의 경우 다음의 시나리오를 가상하고 있다. ◆왜 특수부대인가 = 미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항공모함 탑재기(함재기)에 의한 공습이나 인도양상에 있는 미 순양함을 통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공격 등 다각적인 응징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중동이나 서남아시아의 분쟁에 신속히 개입하기 위해 6개월 주기로 인도양과태평양 등에 전진배치된 미 해병대 원정부대(Marine Expeditionary Unit. MEU)를 통한 제한적인 지상전 수행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함재기나 미사일에 의한 공습과 MEU를 통한 응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이 갖고 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체적으로 1천m가 넘는 고원인데다, 특히 파미르 고원에서 서쪽으로 뻗어나 있는 힌두쿠시 산맥이 중앙부를 차지하며 국토를 남북으로 크게 나누면서 수많은 산맥이 형성되어 있어 공습과 미사일 공격의 파괴효과가 평원지대에 비해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빈 라덴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칸다하르 지역 역시 지형이 험난해 헬기를 통한 MEU 대원들의 투입에 대공포화 등 여러가지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이다. 설사 MEU 대원들의 침투가 성공한데도 해도 임무 수행에 따른 보급과 지원병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다 라덴 추종세력에 의한 강력한 저항이 예상돼 다수의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환부(患部)만을 도려내는 부분적인 외과수술(surgical operation)을 감행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판단하고 특수부대원들의 투입을 적극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외신보도처럼 아프가니스탄으로의 특수부대 침투 및 지원이가장 용이한 타지키스탄과 파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지역국가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부대 급파의 또 다른 이유는 설사 작전이 실패를 하더라도 희생자수를 최소화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작전 실행 자체를 한동안 부인할 수 있다는 철저한 계산속도 작용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어떤 특수부대가 동원되나 = 현재 서남아시아와 중동지역은 원칙적으로 미 중부군사령부(CENTCOM) 소관이다. 지난 1990년 걸프전 당시에도 실제 작전권을 행사한 것이 CENTCOM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번 작전에도 CENTCOM 산하의 특수전사령부가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CENTOM 산하 특수전사령부는 상황에 따라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제5특전단(그린베레) 및 제160특수전항공연대, 해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제 1.3.5 SEAL팀, 공군의제6.15.특수전항공단 등이 배속돼 임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작전의 성격이 미국의 자존심과도 직결된 만큼 합참의장 직속인 연합특전사(Joint Special Operations Command, JSOC. 연특사) 요원들이 투입될 가능성도 많다. 연특사 산하에는 흔히 '델타포스'로 알려진 전투적용단(CAG), 해군의 연구개발단(DevGRU) 및 제160특수전항공연대 일부 병력이 배속되어 있다. 이들은 지역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주로 전술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CENTCOM 산하일반 특수부대원들과 달리 전략차원의 극비임무를 주로 실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중동, 중남미 등지에서 대사관 및 항공기 인질구출작전, 마약,핵물질밀매단의 무력화작전 등 최극비를 요하는 임무를 수행해오고 있으며, 요원들 자체의 신원이 2급 기밀일 만큼 철저한 베일 속에 쌓인 비밀특수부대다. 또 이들은 지원하기 위해 CIA도 전직 특수부대원들로 구성된 특수공작단(Special Activities Staff, SAS)를 통해 지원국 정보기관 등의 도움을 얻어 제거대상인 빈라덴의 이동 소재지에 대한 정보수집과 실제 작전에 투입될 델타포스나 연구개발단요원들의 침투를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침투하나 = 아프가니스탄이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이뤄진 만큼 특수부대원들의 침투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레이더 교란장치와 저고도 야간비행 능력등을 갖춘 헬리콥터이다. 현재 JSOC 등 미국의 모든 특수부대들을 통합지휘하는 통합특전사(USSOCOM, 통특사) 산하에는 요원들의 은밀침투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헬기를 운용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각광을 받는 기종이 바로 공군특전사가 운용하는 MH-53J형 '페이브로우' 헬기다. 현재 한국에도 일부 전진배치된 이 기종은 도플러시스템 등을 통해 어떤 악천후와 지형에도 불구하고 적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고 지상 3m 가량의저공비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환상적인 헬기다. 또 침투 및 제거임무를 띤 요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병력(Backup troops)을실어나르기 위해 제160특수항공연대 소속의 MH-47D 및 E형 기종도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만 낙하산을 통한 정밀침투도 상상해볼 수 있다. 통상특수전 임무의 경우 적의 초병이나 대공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낙하산 침투방식이 바로 '고고도강하'(High Altitude, High Opening, HAHO)다. 이 기술은 민간항공기 비행고도인 8천m 이상 고공에서 산소호흡기 등을 갖춘 요원이 항공기에서 이탈한지 3∼4초 직후 낙하산을 개방한 뒤 선도요원(Leader)의 발목에 설치된 스트로브(strobe) 불빛에 따라 침투지역에 정확하게 착륙하는 것으로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저공강하(Low Altitude, Low Opening, LALO)도 가능하다. 특히레이더 방해장비를 갖춘 MC-130E 컴뱃탈론기에 의해 150∼200m의 고도에서 이탈한직후 낙하산을 개방해 침투하는 기술인 LALO는 그러나 적의 경계망에 걸릴 우려 때문에 극한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침투 후 실제 임무는 = 일단 침투에 성공하면 가장 먼저 적의 경계망을 무력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한다. 즉 소음기와 레이저 조준기를 갖춘 MP-5 형 기관단총 등으로 적의 초병을 제거한 뒤 라덴의 은신처로 신속하게 접근한다. 이와는 별도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지원병력은 은신처 주위에 대한 포위망을구축, 적 지원병력의 접근을 차단하는 한편 아군의 퇴로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원병력은 또 납치조나 암살조의 임무 수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적의 통신망,유류저장소, 주차장, 탄약고 등에 대한 폭파임무도 함께 수행한다. 일단 초병제거와 지원조의 사주경계망이 완비되면 납치.암살조는 라덴이 숨어있는 건물에 침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교전이 예상되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이들로서는 이를 손쉽게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납치.암살조가 임무를 수행하면 지원조의 도움을 받아 먼저 철수한다. 이들은 인근에 착륙 또는 저공비행하는 헬기에서 늘어뜨린 비상용 사다리 등을이용해 탑승, 현지를 떠난다. 납치.암살조가 철수에 성공하면 지원조도 비슷한 방식으로 철수를 서두른다. 지원조는 일단 항공기에 탑승하면 사전에 설치해놓은 폭발물을 원격조정해 이를 폭파시킨 뒤 적의 방해 움직임을 차단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