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부를 강타한 테러쇼크로 세계 보험업계에 큰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투신 매각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섣불리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 AIG는 이번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공격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을 회사중 하나로 외신들은 꼽고 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업을 모두 영위하면서 미국내 보험시장을 10% 정도 점하고 있는 AIG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어 뉴욕지역에 인수 물건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인명과 건물, 비행기 등에 사상 최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위기에 놓였고 그중 AIG측이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피해자 집계도 안된 상황에서 수평적 점조직 형태로 돼있는 미국 보험사 특성상 전체 보험금 지급액을 추정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92년 LA 흑인폭동으로 당시 보험업계는 500억달러의 보험금을, 92년 앤드루태풍 피해로 200억달러를, 93년 오클라호마 주정부 청사 건물 테러로 120억달러를 지급했던 것과 비교해 이번 미국내 동시다발 테러로 보험사들이 내야할 보험금은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만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AIG측이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 자체보다는 주가하락을 우려한 심리적인 위축으로 현대투신 인수 등 해외투자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포드사와의 대우차 매각협상 당시에도 포드는 굿이어 타이어의 리콜 손실에 따른 주가하락을 우려해 인수를 철회했던 사실을 한 관계자는 상기시켰다. AIG 국내지점의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AIG는 세계무역센터만한 건물 20개 정도는 지어줄만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며 "미 테러사건이 현대투신 협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AIG가 정부.소액투자자들과 마찰음을 내면서까지 현대증권 신주발행가액을 낮춘 점을 감안할 때 AIG가 '구속력있는' 양해각서(MOU)를 철회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G측이 당분간 보험금 지급대상 파악, 보험금 산출 등 내부 업무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오는 10월말로 예정된 본협상 타결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은 없지 않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급박해 AIG측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고 아직 별다른 입장표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테러쇼크로 향후 세계경제가 더더욱 불투명해짐에 따라 또하나의 걸림돌이 생긴 셈이 됐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경우 컴퓨터.정보통신 경기도 똑같이 회복이 어려워지고 반도체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면서 하이닉스 지원에 대한 채권단의 의지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대우자동차의 경우 당장 특별한 악재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불투명한 세계경제의 분위기로 인해 당초 내주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협상타결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