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하는 충격과 함께 건물이 흔들려 무언가 큰 일이 벌어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의 1동 21층에 입주해 있는 동원증권 뉴욕법인의 신성덕(35) 차장은 11일 오전 8시께 출근해 업무를 보다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의신호탄이 된 비행기 충돌테러의 위험천만한 순간을 겪었다. 그는 건물이 크게 흔들린 뒤 창문 밖으로 파편이 휘날리고 길가의 행인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본 뒤 다른 사무실의 움직임을 살피기위해 복도쪽 출입구를 여는순간 매캐한 연기냄새가 나 사무실에 함께 있던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대피를 시작했다. 신씨가 일행과 함께 비상구로 대피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수도관이 터져 4층에 물이 차있는 것 이외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층에 위치해 있어 상황이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었다. 그가 10여분만에 건물 밖으로 나와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쌍둥이 건물을 올려다봤을 때 1동 상단에서는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으며 곧이어 또다른 비행기 1대가 쌍둥이 건물 2동을 들이 받으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때부터 주변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파편과 행인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모두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쌍둥이 건물 2동에 부딪히는 비행기의 폭발장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같았다"면서 현장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다보니 다른 동료직원들과도 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무역센터에서 300∼400m 떨어진 페리 선착장까지 대피해 허드슨강을끼고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는 통근용 페리에 오른 뒤에야 가쁜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쌍둥이 건물 2동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연기와 먼지를 뿜어낼 때 선착장에 정박 중이던 페리의 2층 갑판에서 이를 지켜봐 실질적인 위험은 없었다면서 "배에 타고있던 미국인들은 공포에 질려 선장에게 빨리 출항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사무실을 잃게된 신 차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한국담배인삼공사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해 걱정이라며 당분간 업무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