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1일 밤(한국시간)테러로 보이는 항공기 충돌 및 폭발사건이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이번 사태는 세계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미(對美) 교역비중이 높고 증시 연동성이 강한 우리나라로서는 그 사정권 밖으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가장 먼저 미치게 될 경제분야는 증시 등 금융쪽이다.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번 사태 직후 모든 증권거래를 중단키로 했다고 긴급 발표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등 상품 선물 거래소에서도 개별적으로 거래 중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현재 개장중인 유럽증시는 이번 사태가 보도된 직후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영국의 FTSE 100지수는 12일 오전 0시 현재 4.17%하락한 4,823.70포인트를 기록하고있고 프랑스의 CAC 40지수도 5.66% 내린 4,135.75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DAX지수도 6.93% 급락한 4346.26포인트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마비상태에 빠진데 이어 외환, 채권, 선물, 국제유가 등도 요동을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테러로 판명되고 테러주체가 드러날 경우 미국의 대응 방향과 강도에 따라 증시 등 금융부문의 악영향은 계속 번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구조조정과 경기회복 지연으로 침체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국내 증시는 12일 하루뿐 아니라 자칫 상당기간 외풍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사태는 금융부문뿐 아니라 교역부문에서도 세계경제에 주름을 만들 소지가 크다. 미국은 사태 발생 직후 모든 공항을 폐쇄했다.물론 시간이 경과하면 이같은 비상조치는 단계적으로 풀리겠지만 테러 추가발생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될 때까지는항공,해운,육운 등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통제 강화로 교역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례없는 수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에게는 최대 수출국인 미국시장의 혼란은 비록 한시적이라고 할지라도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상황이 대응과 또 다른 대응을 낳는 식으로 좋지 않은 쪽으로 전개될 경우 지금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4-5%대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도 쉽지 않게 될전망이다. 정부는 내심 미국경제가 4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전망치를내놓았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상황이 꼬인다면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우려하는대로 3%대 이하로 성장률이 급강하할 가능성마저 있는 상태다. 정부는 지난 3월 미국 경제회복 지연에 대비해 3단계의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플랜)을 세웠다. 1단계는 미국경제 2-3% 성장,세계경제 3%이상 성장을 상정한 것으로 이 때 우리는 정상적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2단계는 미국경제 1-2%,세계경제 2%대 성장 단계로 제한적인 경기조절로 대응하며 3단계는 미국경제 1% 미만, 세계경제 1-2% 성장의악조건을 가정한 것으로 이 경우 우리는 비상대책을 강구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현재 2단계에 들어있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회복이 지연된다면 오는 2003년 균형재정 목표를 뒤로 미루고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틀 수밖에 없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