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안에 부산항 일부를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정부방침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되면 관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면제되고 화물의 반출입과 중계가 자유롭게 허용됨에 따라 국제적인 물류기지로서의 위상확립이 촉진된다. 이렇게 되면 물동량 증가에 따른 수입증대와 외자유치 고용창출 세수증대 등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 다른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북아 물류중심 항구로 자리 잡는데 있어 부산항이 여러모로 유리한 여건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우선 지난 몇년간 컨테이너화물 증가율이 17.1%에 달한 결과 세계 3위의 컨테이너화물 취급항구로 발돋움 했다. 그중에서도 환적화물이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국제적인 위상이 확고한 편이다. 더구나 경의선이 복구돼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될 경우 대륙횡단 화물운송 거점역할 수행에 따른 잠재력도 매우 크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개발계획을 야심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부산항의 장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상하이 카오슝 홍콩 등 인접 항구들이 앞다퉈 대규모 항만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부산항 개발이 지연돼 이들 항구에 물동량 확보를 위한 기선을 뺏길 경우 장기안정적인 수익확보와 물류중심 항구로서의 위상확립이 어려워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관세자유지역 지정과 함께 부산신항 개발규모를 당초 25선석에서 30선석으로 확대하고,개항시기를 오는 2007년 8월에서 2006년 1월로 앞당기기로 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탓이 크다. 문제는 얼마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되느냐는 점이다. 계획대로 부산신항 개발을 추진하는데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세자유지역을 지정하는데 필요한 부지확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감천항 서쪽 사유지와 신선대 부두를 후보지로 꼽고 있지만 사유지 수용에 대한 반발과 부두사용에 따른 수출입화물 처리 지연이 우려된다. 국내 다른 지역으로 반출되는 물품과의 구분 및 밀수·밀반출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마땅하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항만개발에 대한 중복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관세자유지역 지정이 추진되는 항구로 부산항 외에도 광양항과 인천항이 있는데 이들 항구의 물동량과 컨테이너 선석 활용도를 감안해 개발계획을 조정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