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발표한 '쌀산업 발전 종합대책'은 건국이래 유지돼온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쌀값정책도 점차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것으로 양곡정책의 일대 혁신이라고 할 만하다. 대책의 핵심은 '증산'에서 '적정 생산'으로 바꾸는 한편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2004년부터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쌀만 시가로 사들이는 공공비축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내년부터 추곡수매가를 동결하고 증산 대신 품질위주의 정책을 펴나간다는 구상이다. 증산정책의 포기는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말 쌀 재고량은 생산과잉과 소비부진으로 적정량보다 두배가량 많은 1천만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농민표를 의식해 매년 4∼5%씩 수매가를 올려왔다. 이 때문에 국내 쌀값은 국제시세보다 6∼9배나 높아졌다. 하지만 시장가격보다 높게 사주는 추곡수매제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농민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쌀수급은 시장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에 따라 쌀수입 관세화를 유예받는 대신 의무수입량을 할당받고 있지만 수출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버티는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의 쌀 매입량은 지난 94년 1천만섬을 넘었었으나 계속 감소해 올해는 5백75만섬으로 줄었다. 이는 전체 쌀 생산량의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매입을 중단한다해도 그렇게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다. 오는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그간 우리의 입장을 난처하게 해온 추곡수매제의 폐지는 감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문제는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의 소득감소분을 어떻게 보전해주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수확기 산지가격 하락분의 일정액을 보상해주는'미작 경영안정제'와 농가소득감소분의 일정액을 보상해주는'소득안정 직불제'의 도입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문제는 재정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직접적인 보상보다는 논에 벼가 아닌 다른 고소득 작물을 심는,전작(轉作)을 허용한다든지 농공단지의 활성화 등 간접적인 지원책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요즘 수요가 늘고있는 '기능성 쌀'을 좀더 다양화해 공급하는 등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키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