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석 < 프리챌홀딩스 회장 moses21@freechal.co.kr > 인터넷 보급으로 우리 사회가 보다 민주화되고 투명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와도 동등한 자격과 조건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 또 어떤 정보도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의 익명성과 비대면적 상황이 사회를 비인간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필자는 인터넷이 따뜻한 인간들의 공동체가 될 것으로 낙관한다. 패트리샤 월리스는 '인터넷의 심리학'이란 저서에서 인터넷에 이타주의적 행위를 가능하게 해 주는 독특한 조건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월리스는 인터넷에는 수의 원리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면 있을수록 오히려 그가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작아진다는 것이 수의 원리인데 인터넷상에서는 주위에 얼마나 사람이 모여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도와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억양 눈빛 등 비언어적 의사 소통 요소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것도 이타적 행위 유발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진실성에 대한 복잡한 해석(의심)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대화에서 사람들은 보다 솔직해진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특성도 인터넷의 인간화에 일조할 것 같다. 인터넷 사용자는 소비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정보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 유통자이다. 인터넷은 결국 독립된 소비·유통·생산주체들의 네트워크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은 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 인터넷을 낙관하게 만드는 근거중 하나다. 인터넷은 무수한 중심들의 네트워크이지만 그로 인해 '홉스적 정글'이 되지는 않는다. 그곳에는 유연한 규율이 있다. 새로운 규율이 만들어지면 일시적인 무질서와 혼란이 초래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파국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은 우리 삶의 온기를 빼앗아 갈 기계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공동체성에 대해 긍지를 갖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