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우리정부가 검토중인 참조가격제 도입 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비공식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내정간섭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5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주미 한국대사관에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은 참조가격제 도입 방침을 백지화해줄 것을강력히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관계자는 또 참조가격제 철회가 어려울 경우 특허기간이 만료되지않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참조가격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외교통상부 등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에도 필립 애그레스 상무부 부차관보와 바버라 바이젤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보를 잇따라 복지부에 파견, 이 제도 시행 방안을 확정하기앞서 자국 정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 협의해줄 것을 요청했으며7월에는 도널드 에번스 상무부장관 명의로 비슷한 내용의 외교공문을 김원길 복지부장관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번 철회 요구는 `사전협의'를 요청한 종전 입장보다 훨씬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국제적 외교관행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원길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 질의 답변을 통해 "참조가격제와 관련, 미국 정부로부터 문서나 구두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정부가 자국 제약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참조가격제 철회를 요구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당초 이르면 8월중 특허기간이 남아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 40여개를포함, 모두 5천200여개 다빈도 의약품을 7개 효능군으로 나눠 참조가격제를 시행할방침이었으나 현재까지 초안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참조가격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들을 효능군별로 분류, 동일 효능군안에서 일정 기준까지만 보험급여를 적용해주는 제도로 연간 1천600억원 정도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