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요절·단명작가들의 작품을 국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은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평창동에 있는 가나아트센터가 개관 3주년을 기념해 오는 7일부터 10월7일까지 여는 '요절과 숙명의 작가'전. 구본웅 김종태 이인성 박수근 이중섭 함대정 권진규 김경 정규 송영수 최욱경 박길웅 이승조 전국광 손상기 오윤 류인 등 17인의 대표작 1백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단명했거나 작품활동 기간이 짧았지만 수작을 남김으로써 한국 화단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들이다. 전시작 중 박수근이 1960년대 초에 그린 '시장의 여인들' 등 5점을 비롯해 일본 개인소장가가 갖고 있던 이중섭의 은지화 3점,함대정의 1957년작인 '박기훈 초상화'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한국 최초의 모더니즘 작가인 서산(西山)구본웅(1906~1953)은 1930년대 표현주의화풍을 대표했던 인물이다. 유채로 그린 풍경화 3점이 공개된다. 회산(繪山)김종태(1906~1935) 청정(靑汀)이인성(1912~1950) 등 서구 인상주의를 국내에 소개한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된다. 한국에서 가장 서민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박수근(1914~1965)은 작가 특유의 단조로운 마티에르에 그윽한 깊이가 느껴지는 색채로 인해 '국민의 화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시장의 여인들' '노상' '앉아있는 여인' 등 대표작 10점을 선보인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요절한 대향(大鄕)이중섭(1916~1956)은 역동성이 넘치는 화면구성으로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작가. 대표작인 '황소'를 비롯해 '피난가족',은지화에 그린 '가족'시리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함대정(1920~1959)의 대담한 생략과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추상작품,권진규(1922~1973)의 테라코타를 이용한 독창적인 작품 등도 나온다. 이밖에 전후 모더니즘을 새롭게 개척한 김경(1922~1965),설치·전위·민중미술작가였던 전국광(1945~1990),판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오윤(1949~1986),불꽃같은 예술혼으로 신체의 불구를 극복한 손상기(1949~1988),판화작가였던 정규(1923~1971),인간탐구 영역을 새롭게 확장시킨 조각가 류인(1956~1999) 등의 작품도 출품된다. 이옥경 가나아트센터 대표는 "김복진 강신호 차근호 등 한국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경우 작품을 구할 수 없어 부득이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가나아트센터는 야외공연장에서 7일부터 10월20일(오후7시30분)까지 소리꾼 장사익,재즈가수 윤희정,색스폰 연주자 이정식,가수 이동원 오승국 안치환 등이 공연하는 개관 3주년 기념 콘서트를 마련한다. 입장료 2만5천∼3만원. (02)720-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