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김대중 대통령이 찾은 기아자동차는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 기업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오며 국가경제를 IMF관리체제로 밀어넣은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3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오명을 씻기 위해 몸부림 쳐왔다. 당시 국민들은 '국민의 기업'으로까지 불렸던 기아자동차그룹이 IMF 입학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97년 7월15일 막대한 부실로 인해 부도유예대상기업으로 지정될 당시 기아차의 부채규모는 8조9천8백25억원에 이르렀다. 98년 7월15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차는 같은해 10월 제3차 국제입찰에서 현대자동차에 넘어갔다. 채권단은 모두 7조3천8백94억원의 부채를 탕감해줬다. 현대차는 51%의 지분을 갖는 조건으로 총 1조1천7백81억원의 주금을 납입했다. 주인없는 회사에서 주인을 맞게 된 기아차는 이후 뼈아픈 구조조정과 기업체질 개선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매진했다. 4만4천여명에 달하던 직원들을 2만9천여명으로 줄이는 한편 구매 및 연구개발 부문을 현대차에 통합시키며 비용절감을 추구했다. 주인없는 회사의 병폐인 방만경영을 털어버리고 내실경영으로 전환한 셈이다. 기아차 직원들의 표현대로 '폼내기 경영'에서 벗어나 철저한 수익위주의 '주판알 튕기기'경영으로 돌아섰다. 노조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 거들었다. 99년 3월 '경영정상화 때까지 무분규 정신으로 노사화합에 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노사의 노력 결과 기아차는 올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물론이고 최대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남겼다. 23일 IMF체제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기아차는 정부와 채권단 기업주 근로자가 함께 공을 들인 '윈윈 게임'의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