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2일 오장섭(吳長燮) 건설교통부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항공안전 2등급 파문이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부담으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아 국가적자존심에 상처를 입힌데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음으로써 내각 전체에 경고의 뜻을 보내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오 장관 교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이를 놓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와의 'DJP 공조'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게 아니냐는 일부시각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좌표를 제시하면서 `새출발'을 다짐한 직후 항공안전 2등급 파문이 터진데 대해 매우 언짢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감사원 특별감사와 민정수석실의 자체 조사를 통해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게된 경위와 배경, 건설교통부의 대처가 적절했는 지 여부 등을정밀 조사, 오 장관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장관때부터 부각돼온 문제이고 오 장관은 취임하자 마자 이 문제에 대한심각성을 인식, 나름대로 대처노력을 해온 점은 인정되지만 국민들의 자존심에 입은상처가 너무 커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게된 경위와 과정은 어떤지, 그를전후해 건설교통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에 대해 샅샅이 조사했다"고 말해 김 대통령이 사태발생 초기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파문을 매우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있었음을 시사했다. 오 장관 전격경질은 우선 다소 흔들리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던 'DJP 공조'가 차질없이 가동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 명예총재가 오 장관 교체설에 대해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한 '2여 불화설'이 오 장관 전격 경질과 자민련 출신 김용채(金鎔采) 토지공사 사장의 후임장관 기용으로 사실상 진화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동정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이 `DJP 공조'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며, 이번에도 그런 점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한광옥(韓光玉) 청와대비서실장이 김 명예총재의 신당동 자택을 찾았을 당시에도 공동정부의 정신은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 장관 경질은 이와함께 이달말께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던 당정개편 계획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정개편은 결국 10.25 재보선 이후 연말께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분석이 나오고 있다. 건교장관 교체로 개각요인이 줄어든데다 만약 이달말께 당정개편을 단행한다면오 장관을 지금 경질할 이유가 없다는게 그런 분석의 근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당정개편은 한다, 안한다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이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언제든 개각이나 당정개편의 요인이 발생하면 인적 개편을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명예총재도 8.15 방북단 파문에 대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문책여부에대해 "평양간 사람들 따질 때 그런 문제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 장관과 임 장관 경질을 패키지로 시차를 두고 처리하겠다는 논의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오 장관 경질에 이은 당정개편 여부는 결국 김 명예총재가 일본방문(24-27일)을마치고 귀국한뒤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DJP 회동'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래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