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처리의 유력한 해법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의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잇따라 "무조건 기다릴 수 없으며 이달말까지 매각이 안되면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대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진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기 위한 전략적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일단 판단하면서도 협상과 생산현장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좀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현재 대안으로는 독자생존, 위탁경영, 공기업화, 분할매각, 3자 매각, 공짜매각등이 백가쟁명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대부분 현실성이 거의 없거나 현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자력갱생 = 신국환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진 부총리와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있다. "대우차 문제를 무조건 질질 끌 수는 없으며 4월까지 GM이 대우차 인수의사를밝혀오지 않으면 자력갱생을 모색하겠다"고 했던 것. 대우차도 16일 법원에 독자생존을 전제로 한 정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즉 17조원의 채무 가운데 상당액을 면제 또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를 앞으로 10년간 `차를 팔아 벌어 갚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기술혁신, 원가절감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시장점유율을 내수시장은 34%(98년 수준), 해외시장은 2.6%(99년) 등전성기 때로 회복하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GM과의 협상을 적극 추진하되 협상에 차질이 발생하면 제3자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당분간 독자생존을 전제로 운영하면서 다른 업체로의 매각 등 `제3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인 셈. 그러나 이는 매각이 당장 무산될 경우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는 하지만 대우차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데 한계가 있다. 제3의 원매자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위탁경영 = 대우차가 정상화될 때까지 현대자동차[05380]에 경영을 맡기는 위탁경영안도 거론되고 있다. 위탁경영 책임자로 박병재(朴炳載) 현대차 부회장 등이한때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현대차에 대우차를 아예 넘기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실현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대우차를 현대차가 인수하는 조건이라면 몰라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쟁상대에게 경영을 맡기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었다. 현대차도 공식적으로 위탁경영할 생각이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기아자동차[00270] 경영을 정상화하고 현대차도 내실경영에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고 박 부회장도 당시 "설사 제의가 오더라도 맡을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또 현대차의 위탁경영 또는 대우차 인수는 현대차의 대주주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관계와 독점에 따른 통상마찰 등을 고려할 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M으로의 매각이 완전 결렬된다고 가정할 경우 차선책으로 수면 위로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공짜매각/분할매각 =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한국의통상정책과 관련한 연례 무역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GM의 대우차 인수 문제에대해 "거저로라도 빨리 인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차에 매달 2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쏟아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가격에 연연해 매각시기를 늦춘다면 국민 세금부담만 가중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매물(대우차)의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진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 방안은 `헐값 매각' 또는 `국부유출'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살 수 있다. 부평공장을 제외한 분할매각 방안도 이곳에 연구개발 기능과 엔진.트랜스미션공장 등이 집중돼 있는 점을감안하면 누가 인수하든 `하청기지화'를 노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철 인수 = 포항제철[05490]도 대우차 인수를 사업다각화를 위한 `아이디어'차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포철은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었다. 그러나 GM이 그동안 한국측에서 채권단이나 다른 기업이 대우차 인수에 함께 참여해줬으면 하는 의사를 몇차례 밝혔던 점이나 현대차 그룹도 철강사업을 강화하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GM 매각이 무산된 뒤 포철의 참여 방안도 자연스럽게 재론될 가능성도 있다. ◇공기업화 = 채권단이 대우차를 운영하거나 공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설득력은 부족하다는 평. 수천억원이나 조 단위의 개발비를 장기적으로투자해야 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공기업화는 책임경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