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엷어지면서 비관적 시나리오들이 설득력을 더해가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얼마전 전경련이 조사 발표한 8월중 기업실사지수(BSI)가 6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돈 것은 기업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JP모건이 우리의 3·4분기 성장률을 0.9%로 예측하고,4·4분기에도 2.7%에 그쳐 연간 성장률이 2.5%에 머물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나 금융계 일각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경기회복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제야 새삼스럽게 대두된 것도 아니고,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기침체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은 우리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과연 정부와 정치권 등 국정운영 책임자들이 지금의 경기침체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또 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 실시를 누차 촉구한바 있지만 그에 앞서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좀더 철저히 인식해주기를 거듭 강조하고 싶다. 경제난 타개를 위해 여야 정책브레인들과 경제장관들이 밤새워 머리를 맞댄 것이 불과 닷새 전인데,그 열기가 식기도 전에 경기대책의 핵심인 추경편성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연계시켜 일괄타결을 시도하겠다는 식의 여야간 정쟁거리로 이용되고 있고,30대기업 집단지정제도 등 기업규제완화는 그 수준을 놓고 관계부처간 줄다리기가 진행중이라니 한심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야가 국회에서 당장 추경안을 통과시켜 준다고 하더라도 실제 집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정책효과는 줄어들고 국민들의 고통은 늘어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그 실시시기에 따라 독이 될수도 있고,약이 될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모든 것을 풀어줄테니 마음놓고 투자하고 창의를 발휘하도록 기업을 독려해도 될까 말까한 것이 지금의 우리 형편이다. 그런데도 기업규제를 풀어주는 일마저 주저하고,마지못해 생색내기에 그친다면 정부가 경제회생을 가로막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이 좀더 심각하게 인식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