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막판 반등하긴 했으나 밤새 휘몰아친 예상밖의 엔 강세풍을 맞아 저기압 흐름을 보였다. 장중 한때 1,278.50원까지 내려 지난 6월 1일 장중 1,277.50원을 기록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주초 외환당국의 환율 수준에 대한 인식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흐름에 따른 추가 환율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1,270원대로의 진입이 충분히 예상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90원 낮은 1,283.50원에 한 주를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 5월31일 1,282.70원에 종료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주 추세인 하락과 상승의 엇갈린 교차로는 전날 상승에 이어 하락함으로써 어김없이 이어졌으나 굳건하게 유지되던 1,285∼1,290원의 박스권은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개장초 전날 뉴욕장에서 121엔대로 급락한 달러/엔을 반영했고 장중에도 엔화 흐름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한 전형적인 달러/엔 장세. 원화가 자체적으로 움직일만한 요인은 거의 없이 엔화에 일방적으로 휘둘린 격이었다. ◆ 추가 약세 불가피 = 달러 약세-엔 강세의 흐름이 달러/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주는 달러/엔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흐름은 아래쪽이다. 달러 수요처가 약해진 상황에서 주변 여건 자체가 환율 하락을 조장하고 있어 1,270원대 진입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국책은행을 통해 강하게 1,280원을 막았다"며 "어제 고점이나 기준율에 비해 10원이상 떨어지는 수준이라 스무딩 오퍼레이션인지, 수출경쟁력을 감안한 지지선을 펼친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다음주 초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80원 하향 테스트가 있을 때 물량 흡수만 하면 스무딩 오퍼레이션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며 "달러 약세의 추가 진행여부가 관건이며 하향 추세가 이어져 1,270∼1,287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도 "달러/엔에 따른 움직임이 예상되며 공급요인이 많은 데다 아시아 통화의 강세로 1,270원까지 내릴 수 있다"며 "다만 금리를 내렸지만 펀더멘털이 여전히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공급요인과 상충하는 가운데 범위를 넓게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음주 거래범위를 "1,270∼1,295원"으로 내다봤다. ◆ 강력한 엔화 강세, 환율 하락 유도 = 전날 뉴욕장에서의 예상치 못한 달러/엔의 급락이 이번주 1,285∼1,290원 범위에 묶여있던 환율을 두달 열흘여만에 1,270원대를 경험케 했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121.70∼122.20엔 범위를 오가며 오후 5시 현재 122.06엔으로 소폭 오름세다. 일본 정책당국의 구두 개입이 수차 있었으나 엔화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전날 뉴욕장에서 달러/엔은 베이지북의 회색빛 전망이 미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장기화 우려감을 가중시킨데다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늘었다는 소식에 큰 폭 하락, 지난 6월 15일 이후 가장 낮은 121.78엔에 마감한 바 있다. 이에 시장관계자는 "전날 베이지북이 미국 경기가 전분야에서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을 비롯해 비관적인 통계만 발표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강한 달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관료들도 엔화 강세에 대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시오카와 재무상은 "간밤에 엔화 초강세가 투기적인 세력에 의한 거래인지 적절한 시장의 가격 기능이 반영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으며 구로다 재무관도 "엔화가 달러, 유로에 대해서 강세를 나타낸 것은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고 언급했다. 당국의 1,280원에 대한 지지는 국책은행의 매수세에서 엿볼 수가 있었으나 아직 뚜렷한 의도는 다음주 초나 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업체들도 워낙 오랜만에 보는 레벨이라 저가 인식하에 결제수요가 많았다. 시장 참가자들은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을 갖고 매수세를 유입시켰으나 낙폭을 줄인 시점에서 사자(비드)가 쌓이면 이를 치고 내려가는 형태를 보였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달러/엔을 보고 매도세에 나섰다가 관망세로 돌아섰다. 또 싱가포르 달러가 크게 강세를 보이는 등 달러 약세 흐름에 따른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8.40원 낮은 1,280원으로 출발, 개장 직후 1,278.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전날 역외선물환(NDF)환율이 달러/엔 급락을 따라 1,281원까지 하락한 것을 반영하고 전날 달러매수초과(롱)상태로 넘어온 일부 참가자들이 달러되팔기(롱스탑)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환율은 당국 개입의 경계감에 따른 저가매수세와 국책은행의 지지로 차츰 낙폭을 줄여 11시 16분경 1,283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되밀린 끝에 1,281.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달러/엔의 소폭 오름세를 보고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오른 1,282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낙폭을 줄여 1,282.4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달러/엔이 이내 122엔 하향돌파를 시도하자 이내 내림세를 가속화, 2시 2분경 1,279.50원까지 내렸다. 주로 달러/엔의 미세한 움직임에 반응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1,279원선을 오가면서 1,280원에 대한 지지력을 테스트한 환율은 3시 22분경 1,282.20원까지 되올랐다. 그러나 추가 상승은 버거운 듯 1,280∼1,281원 근처로 되밀린 환율은 장 막판 달러/엔이 122엔 진입시도에 맞춰 달러되사기가 나오면서 1,283.50원까지 고점을 경신하며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83.50원, 저점은 1,278.5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5원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5억5,6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6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5억1,230만달러, 3억6,320만달러가 거래됐다. 11일 기준환율은 1,281.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