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벤처기업인이라면 이익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보인다. 철저하게 경쟁하고 딱 부러지게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인들도 의외로 감성적이고 눈물을 자주 흘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철창속 눈물'과 '어느 사장 부인의 눈물젖은 편지'라는 제목으로 열심히 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연쇄부도를 당해 구치소에 갇힌 방종오(42) 사장의 기사가 한국경제신문에 나가자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눈물로 쓴 편지를 보내 왔다. 서욱수 한호네티언 사장은 "방 사장이 억울하게 옥살이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 미안한 마음에 도저히 여름휴가를 갈 수 없어 부인과 상의해 휴가비 전액을 방 사장 가족에게 보낼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편지를 보내 왔다. 컴파스텍의 이장호 사장은 10여명의 벤처기업인들로 구성된 '방 사장 석방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에이스산업의 이기철 사장은 "현재 제조공장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자금이 필요하면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다. 에필닷컴의 예영권 사장과 지노믹트리의 안정환 사장은 "그의 허탈감을 달래주기 위해 꼭 면회 한번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억울하게 연쇄부도를 당해 구치소에 갇힌 방 사장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끼는 걸까. 이는 기업인이라면 누구라도 부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단지 이 불안감 때문에 방 사장이 당한 고통에 대해 함께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몇몇 사기꾼 벤처인들 때문에 전체 벤처인들이 인정머리없는 사람들로 치부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 벤처인들 중에는 인정있는 사람들이 많다. 서정원 대양바이오테크 사장이나,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매주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목욕을 시켜 주는 등 무더위 속에서도 불우이웃돕기를 한다. 벤처인들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만나면 함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