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에 편입되는 코스닥기업들의 전환사채(CB)가 할증 발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환가격을 시가보다 높게 잡는 일은 코스닥시장에선 드물고 인수자가 향후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호재로 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할증률은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술신용보증기금과 함께 프라이머리CBO 발행기업 선정에 나선 대우증권은 최근 코스닥 등록회사 14개와 1백72개의 비상장·비등록 벤처기업을 골랐다. 대우증권은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하고 대금 3천29억원을 10일 지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전환가격이 시가(전환기준가)보다 높게 책정된 세원텔레콤 등 11개 코스닥기업의 CB도 포함됐다. 세원텔레콤은 기준가보다 34.4% 높은 3천5백원에 주식으로 전환되는 조건으로 8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디지텔의 전환가격은 시가보다 20.2%,코레스는 19.0%,예당은 13.9% 높게 잡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CB 할증 발행을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 전환가가 높으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물량이 적어질 가능성이 높고 △인수자가 주가 전망을 밝게 본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로수닷컴의 경우 지난달 31일 CB 전환가를 10.55% 할증한 3천6백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뒤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환가격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할증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이들 CB는 향후 주가하락폭이 클 때 전환가를 하향조정하는 리픽싱(refixing) 조건을 달고 있다. 그렇지만 조정된 전환가에 할증률을 적용한다는 언급은 없다. 이에 따라 발행 1년후 주식전환때엔 할증효과가 사라져 대규모로 주식전환이 가능해지고 그에 따른 물량부담으로 주가하락이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할증 발행된 CB에 리픽싱 조건을 달때 조정된 전환가에도 할증률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명기하고 있다. 아이젠텍의 경우 지난 6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0%의 프리미엄을 주고 발행하면서 리픽싱 조건에 시가보다 20% 높은 할증률을 그대로 적용해 이런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CB할증발행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발행사와 주간사가 알고 있다"며 "그러나 투자자의 시선을 의식한 발행사가 막무가내로 요구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증권은 최근의 주가 급락으로 CB전환가가 하향조정되자 코스닥 기업들이 불만을 표명,당초 지난달말 발행할 계획이던 프라이머리CBO의 발행일정을 이달 8일로 늦췄었다. 프라이머리CBO란 벤처기업이 발행한 사채를 증권사가 인수해 이를 유동화전문회사(SPC)에 매각하고 SPC가 이를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담보부증권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