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醬)에 대한 우리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신라 신문왕3년(683) 왕이 김흠운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하면서 쌀 술 기름 꿀과 함께 장을 납채로 받았다는 기록이다. 간장과 된장이 따로 따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가 조선조 초엽이었다니 당시의 장은 두가지가 혼합된 형태가 아니었나 싶다. 어떻든 벌써 그무렵 우리에게는 장의 식용이 보편화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고추장이 등장하는 것은 임진왜란을 전후해 멕시코가 원산인 고추가 전래된 뒤의 일이다. 고추는 '남만초(南蠻草)'나 '왜(倭)겨자'라는 이름으로 대략 16세기말 조선에 전래돼 17세기부터 서서히 보급되다가 17세기 말부터 가루로 만들어 고추장이나 김치에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이수광(1563~1628)의 '지봉유설'에 나오는 고추재배 상황이나 허균(1569~1618)이 생존시에 고추장을 보았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고추장이나 양념 김치의 등장시기를 더 올려 잡는 학자들도 있다. 일본인 사이에서 한국 김치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다시 고추장이 여성들의 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고추장의 매운 맛이 몸의 지방성분을 산화시켜 체내 에너지를 소비시키는 탓으로 살을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전통음식 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는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라는 기본적 재료외에 넣는 곡물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고추장이 나온다. 찹쌀 멥쌀 수수 보리 밀 팥도 쓰였다. 심지어 누룽지 고추장도 있었다. 조청 꿀 육포 대추 등을 넣는 고추장 담금법도 소개돼 있다. 소금 아닌 간장으로 간을 맞추기도 했다. 장류 제조업체가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고추장을 개발할 때인 것 같다. 매운 맛과 냄새 때문에 외국인들은 입에 대지도 못하던 고추장이나 김치가 각광을 받다니 흥미롭다. 꼭 건강 때문일까. "식습관은 계속 변하고 있으며 한 문화의 식습관이 다른 문화의 식습관을 재는 자가 될 수없다"는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말은 역시 옳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