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 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 美 뉴욕주 변호사 > 경기침체의 정도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수출이 넉달째 줄고 있고 그 감소율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부문을 포함한 IT산업 전반의 세계적인 불황도 수출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는 우리에게 큰 걱정거리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각하다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미 하원금융위원회 보고내용은 그러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는 시기에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은 예외없이 통상마찰의 심화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대부분의 해외시장에서 경기악화가 심화될수록 반덤핑 제소라든가 세이프가드 조치 부과 등 소위 무역구제조치의 사용이 잦아진다. 조선산업 부문은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원을 이유로 EU에 의해 WTO에 제소당하기 일보직전이고,철강산업 부문에서도 미 무역위원회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광범위한 규모로 세이프가드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 이밖에도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멕시코 등 우리의 많은 교역상대국들이 반덤핑 조치를 위시한 다양한 형태의 수입규제조치를 시행 또는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통상마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수출물량의 조정 및 시장의 다변화 등 통상구조를 전략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번번이 겪어 온 바와 같이 단기적인 성과에 현혹되어 수입규제조치를 발동시키는 소탐대실의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기술투자와 개발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전반적인 산업고도화를 기해야 하겠으나 이에 앞서 효과적인 통상정책을 통해 수출시장 개척과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가 주력해야 할 수출시장은 중국 중남미 중동지역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와 진행경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 1백41개 WTO회원국들 중 어떠한 FTA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은 국가는,조만간 싱가포르와 FTA 체결을 앞둔 일본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뿐이다. 이것은 FTA를 통한 지역화 움직임이 세계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의를 떠나 우리로서는 순환적인 경기요인과 이에 따른 통상마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수출시장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한·칠레 FTA 협상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정서를 포함한 우리의 사회현실은 아직 이러한 FTA를 받아들일 준비도,다원적인 이해관계의 조율을 위한 효과적인 통상체제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시 행정부는 WTO를 통해 다자간 무역협상의 뉴라운드 추진을 기하는 한편 전미주지역을 포괄하는 FTA 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FTA가 성사되는 경우 전미주시장은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통합되어 우리나라는 역외국가로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중요한 시장성을 가지는 중남미시장으로부터도 소외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유럽 또한 경제통합작업을 규모와 내용면에서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FTA를 통한 대외경제관계 구축은 국가통상전략으로서 심도있게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이제 우리에게 지역적인 FTA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경제이해를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체결하느냐의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아직 뉴라운드 출범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성사되기를 바라고 있다. 어두운 국제경제 전망속에서 이와 같은 세계적인 무역자유화 노력이야말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확보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자간 국제통상체제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각자의 통상이익을 위해 합종연횡하는 작금의 국제통상체제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