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말했다. 1944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숨진 멕시코의 여배우 루페 벨레스(Lupe Velez)는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불멸의 영상으로 기억되길 바랐나 보다. 그윽한 향기 나는 촛불을 켜고 꽃으로 장식한 침실에서 두 손을 경건히 모은 채편안히 누운 자세로 죽음을 맞으려 한 그녀의 계획은 뒤틀렸다. 과다복용한 수면제는 구토를 일으켜 그녀를 화장실로 이끌었고, 그녀는 엉덩이는 하늘로 향하고 변기통에 머리를 처박은 망측한 모습으로 주검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가 애초에 계획했던 '잠자는 미녀'의 각본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죽음은 삶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예술을 창조해 냈다. 「죽음의 얼굴」(예문)은 원시 문명에서 현대 문명까지 각각의 문화가 죽음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연구한 책이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저자 나이절 발리는 지역과 문화, 시대에 따른 고유한 장례문화와 죽음의 신화에 대한 수많은 사례를 수집해 죽음의 다양한 풍속도를 그려냈다. 예를 들어 장례의식을 보면 캐나다 오지바족 남자들은 죽은 자에 대한 슬픔의 표시로 뾰족한 물체로 자기 살갗을 찔러 조의를 표하고, 호주 와라뭉가족 남성들은 외삼촌이 죽으면 넓적다리에 깊은 상처를 내고 어머니가 죽으면 자신의 배를 불로 지져 슬픔을 표하는 마지막 의식을 행한다. 마사이족은 썩은 고기를 좋아아는 포식성 동물에 의해 육신이 소비되도록 죽은 자의 머리를 숲속에 놓아 두며, 캐나다의 북서 해안에서는 갈가마귀들이 과키우틀족의 시신을 맛있게 먹어 치운다. 저자는 문화 상대주의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주제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양식이 아닌 죽음의 양식이라는 소재의 독특함과 결코 어둡지 않은 방식의 이야기 전개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원제 Dancing on the Grave:Encounters with Death.고양성 옮김. 296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