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자동차시장에는 RV차량 돌풍이 불고 있다. 원래 모험을 좋아하는 서구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RV차량 특히 오프로드 차량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서부 개척정신이 남아 있는 미국인들은 넓은 산야를 거침없이 정복해 나가는 RV차량을 가족같이 생각할 만큼 좋아하는데,현대차가 수출하는 싼타페도 주문하고 나서 6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오프로드 차량의 선구자 혹은 대명사를 들라면 단연 허머(HUMMER)를 꼽을 수 있다. 허머하면 다소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더 록,고질라,더 팬,브로큰 에로우,007 네버다이,어퓨 굿 맨,G.I. 제인,인디펜던스 데이 등 헐리우드에서 만든 소위 블록버스트 영화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괴물 같은 차가 바로 허머다. 미군들이 몰고 다니는 바퀴 크고,차폭이 엄청 넓고(2m20cm),창문이 시원해 보이는 탱크 같은 차 하면 기억에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찾아 보기 어려운 허머는 험비(HUMVEE)라고 불리던 군용 차량의 민간 판매용 차량 이름이다. 허머는 원래 미국 정부가 기존 군용 차량의 장점을 모두 합한 "고기동 다목적 차량 개발 프로젝트(HMMWV :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로 AM 제너럴자동차사가 84년에 만든 차량이다. 양산은 1985년부터 시작되었는데,전투 차량의 표준화된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MI 탱크와 같은 제원으로 만들어졌으며,V8 6.2리터 1백50마력의 엔진과 3단 AT를 얹었다. 한마디로 가벼운 탱크가 탄생한 셈이다. 험비는 전쟁터와 다름없는 거친 오프로드 시험 주행장에서 60만 마일(약 1백만km)이상의 주행 테스트를 거친 후 세상에 나왔다. 모래밭이나 진흙탕은 물론 1백54cm 깊이의 물웅덩이,보통 오프로드의 두 배가 넘는 통나무나 바위도 가볍게 주파하고,비행기에서 떨어뜨려도 곧바로 작전에 들어갈 만큼 강인한 체질을 갖추고 있다. 군용과 달리 민수용은 고급 시트와 파워 원도우 등 각종 장비로 화려하게 꾸며 놓았는데,대부분의 부품들이 밀봉되어 있어서 특히 수중운전에 능한 차다.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이면 더욱 진가가 돋보이는 전천후 오프로드차량 허비.디지털시대를 이끌어 가는 근육질의 오프로드 개척 차량으로 오래 기억될 명차이다. 김채원 <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