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도시 가운데 스카이라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시카고의 다운타운. 여의도 면적의 2배 정도인 이 곳에는 5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만도 4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시카고의 초고층 빌딩들은 대부분 고강도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초고층 건물이면 무조건 철골조로 올리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주거복합건물인 '마리나시티(61층)',완공 당시 세계 최고층 아파트였던 '레이크포인트타워(70층)'등은 지은지 30년이 넘은 콘크리트 건물인데도 수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아직도 새 아파트나 다름이 없다. 뉴욕 근교에 살다 레이크포인트타워로 이사왔다는 로버트 멘친(70)은 "다양한 직업과 인종의 남녀노소가 살고 있지만 30년된 건물이라고 해서 안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시카고 도심의 빌딩들이 대부분 콘크리트로 지어진데는 화강암반이 많은 지리적인 특성을 감안한 측면도 있지만 건축물의 주재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란게 이곳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LG강남타워 아셈타워 무역센터 테크노마트 인터컨티넨탈호텔 등 8개의 국내 대형 건축물을 설계한 솜(SOM)사의 관계자는 "미국인들은 콘크리트 건물도 잘만 지으면 1백년은 간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때문인지 몰라도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이 고작 20년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초고층 주거용 건물도 방음이나 흔들림을 고려할때 철골조보다 콘크리트로 짓는게 더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솜사는 강남구 도곡동의 69층짜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콘크리트와 철골 두가지의 설계안을 제시했지만 '철골조로 짓는 최고층 아파트'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 마케팅전략에 따라 철골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첨단 건축기술로 초고층 건물을 짓는데도 시카고와 서울은 '합리성'과 '감성'이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시카고=류시훈 건설부동산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