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과 같은 ‘인텔 효과’는 없었다. 인텔의 한달여 전 호언장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번 분기 매출 범위를 전 분기와 같게 유지했지만 투자자들은 마진율 하락 예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 만큼 낙담도 컸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먼저 내렸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지난 3월 15일 이후 18주 중 처음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1만2,000선을 잃었고 종합지수와 비교 대상인 대만 가권지수도 3% 이상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출렁였다. 상반기 내내 기대를 모았던 경기 회복은 하반기가 시작된 7월 들어서도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6월 산업생산이 9개월째 감소, 경기선행지수 두 달 연속 상승 등 경기반전 기대를 깼다. 여기에 국내 수출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경기 회복이 더욱 늦춰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인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4월 18일 이후 13주 중 처음으로 540대로 급락했고 코스닥지수는 나흘만에 또 다시 68선으로 밀려났다. ◆ Hello, Tomorrow = 경기 반등 기미가 포착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표 기업의 실적에 일희일비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장세 변동에 가늠자를 맞추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더욱이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할 대부분 기업들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주식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는 시장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 박준범 L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해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주식 보유 비중이나 매매 비중을 축소한 채 목표 수익률을 낮게 설정하는 시장 대응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실적 및 내수 우량주에 대한 시장관심은 여전하기 때문에 이들 종목에 대한 제한적 접근은 바람직하다”며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저가권 종목에 대한 순환매를 겨냥한 기술적 접근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정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급반등할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급락할 가능성 또한 낮은 상황”이라며 “약세장 속에서 지수 방어적인 종목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애널리스트는 “경기에 둔감한 내수업종 대표종목과 수출호조 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경기 회복 멀어지나 = 미국의 산업생산이 9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7일 월간보고서를 통해 산업활동이 0.7% 격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0.9% 감소 이후 최대폭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조업 분야가 경기 둔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침체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지수의 예상 밖 호전에 쏠렸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올들어 여섯번 단행된 금리인하가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또 다시 크게 후퇴할 전망이다. 미국발 경기 둔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미국의 경기 반등 대신 10년만에 처음으로 전세계 경제가 동반 불황에 빠질 가능성까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일본의 10년 불황, 유럽의 경기 침체 조짐, 동남아 지역의 수출 부진, 라틴아메리카의 금융위기 등이 되새김되며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과 가계의 자산 감소로 경기의 마지막 보루라는 소비에도 결국 타격을 줄 것이라는 근심어린 전망도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린스팬 FRB의장은 18일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 반기 통화정책 및 경제전망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IBM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 신규주택 착공건수, 실질 소득 등 경기관련 지표도 발표된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