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go)" 출발준비가 됐음을 알리는 여성수강생 채지형(30)씨의 목소리가 겁먹은 듯 가늘게 늘어진다. 물살을 조절해 낼수 있는 3백30마력의 전용보트 엔진소리가 무겁게 깔린다. "가슴을 무릎쪽으로 밀며 엉덩이는 뒷꿈치쪽으로 가져 갑니다. 팔은 펴고, 시선은 보트에..." 99코리아웨이크보드챔피언십 여성부 1위의 실력파 강사 김현자(29)씨.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진다. "아니! 핸들(보트에 연결된 줄에 달린 삼각손잡이)을 당기지 말고 보트가 끄는대로 몸을 맡겨야 해요" 채씨의 몸이 옆으로 기우는 듯 하더니 철퍼덕 앞으로 고꾸라진다. "처음부터 다시" 이번엔 핸들을 놓치고, 다음은 서서히 일어서다 뒤로 벌렁 넘어져 물을 먹는다. 보드를 신은 채 물속에서 몸을 바로 돌려 눕는 동작은 수월해진 듯 보인다. 네번째 시도끝에 자세를 잡는다. 드디어 성공. 채씨는 용기백배 배우지도 않은 기교까지 부린다. 보트에서 뻗어나간 X자 모양의 물줄기를 가로지르는 슬라롬(S자 타기)과 낮은 뛰어오르기도 문제없다는 자세다. 한손을 들어 흔드는 여유까지 보인다. 지난 7일 오후. 가평 남이섬 아래 청평호반에 자리한 수상레포츠센터 클럽보드. 제법 큰 보트가 물살을 가른다. 수상스키와 바나나보트를 즐기는 이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뒤섞인다. 웨이크보드족들도 시끌벅적하다. 직경 5m의 텀블링위에서 기교를 익히고, 물가에선 일어서기 훈련이 한창. 웨이크보드는 3년전 국내에 등장한 수상레포츠. 전용보트가 만들어내는 물줄기를 이용, 점프도 하고 공중회전도 하는 신세대 수상레포츠. 웨이크보드는 수상스키의 재미에 기계체조 같은 고난도의 기교를 구사하는 스릴이 더해진다. 물위에서 즐기는 스노보드라고 보면 된다. X게임의 하계종목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금 위험하기는 하다. 기교를 부리고 물위에 착지할 때의 충격으로 발목을 삐는 등의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기는 어렵지 않다.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은 한달 정도면 뛰어오르기도 소화할수 있다"는게 국내 남성웨이크보드 1인자로 꼽히는 김수경(30)씨의 설명. 스노보드는 5~6년을 타도 힘든데 비해 웨이크보드는 1년 정도면 스핀(공중 서서돌기)도 가능하다고 김씨는 덧붙인다.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은 더욱 빨리 습득할수 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김수경씨와 김종태씨의 묘기시범. 넓게 돌다 물살을 타고 올라 공중 뒤집기 1회전, 몸을 곧추 세우고 뛰어 올라 선채로 하는 스핀 등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멀리서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이 밋밋해 보인다. 채씨가 그 멋에 매료됐는지 "한번 배워볼 참"이라고 다짐한다. 여성에게는 좀 벅차지 않을까. 채씨가 되받아 친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물을 무서워 하지 않아 더 빨리 배운대요" 가평=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