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선물이 이렇다할 반등도 못하고 나흘째 하락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닷새만에 반등했으나 반도체 등 경기바닥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은 데다 기업실적 악화 전망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치지 못하자 반등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틀간의 하락갭 출몰로 시장이 의기소침해 있는 상황이고 시장안정 역시 대외변수 의존도가 높아 수요일 국내 시장은 역시 미국 시장 반응에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나스닥 등 주가의 반등이 지속될 것이냐가 중요한 관건지만 야후!와 모토롤라 등 기업실적 발표와 실업·소비관련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움직임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11일 오전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연기금 투자 등 증권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만약 증시 대책이 발표된다면 미국 시장 변동과 함께 일시적인 변동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수가 갭하락한 뒤여서 시장안정이 우선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급반등의 계기라기보다는 매도우위 관점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코스피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0.35포인트, 0.50% 떨어진 69.15로 마감, 지난 5일 이래 나흘째 하락했다. 미국 시장 반등으로 69.35로 상승 출발했으나 외국인 매도로 시가를 일중 고점으로 찍은 뒤 바로 하락세로 전환, 장중 69.1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외국인이 환매를 앞세워 순매수 전환하고 개인 매수가 더해지며 낙폭 만회를 시도했으나 투신 등 매도세에 잡히며 69.50의 보합을 넘지 못하자 외국인이 다시 매도로 전환하며 장중 68.80으로 일중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종합지수는 오전장중 일시 약세를 보였으나 줄곧 560선의 강보합세를 보였으나 외국인 매도가 증가하고 선물 약세가 이어지자 개인과 프로그램 매수에도 불구하고 약세로 전환, 560 안착에 실패한 뒤 나흘째 하락하며 음봉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반등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고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은 줄곧 약세권을 맴돌았다. 포항제철과 실적 향상으로 은행주가 상승했으나 지수방어엔 실패했다. 시장베이시스는 0.1∼0.3의 콘탱고를 유지, 프로그램 매수가 매도보다 많았다. 프로그램 매수는 차익 320억원에 비차익 410억원 등 730억원이었고 매도는 차익 140억원, 비차익 160억원 등 300억원 수준이었다. 하락장 속에서도 현물 낙폭이 선물을 앞서 콘탱고가 유지, 악성 매물이 출회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매수차익잔고가 4,800억원에 달해 옵션만기일을 앞둔 상황에서 시장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외국인 매도 기조 지속 부담 = 이날 외국인은 여전히 현물시장에서 매도에 주력했고 선물시장에서도 장중 순매수로 전환해 시장변화를 기다렸으나 보합권 반등시도가 무산되자 나흘째 순매도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지난 6월 중순 9월물이 최근월물이 된 이래 외국인은 현물에서 매도우위를 지속하고 있고 선물에서도 누적순매도가 1만계약에 달해 매도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기바닥 지연과 유럽과 일본 경제에 대한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에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가세되고 아르헨티나 디폴트설까지 가세되고 있어 당분간 달러/엔의 상승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달러/엔은 123∼124엔대에서 125∼126엔대로 높아졌으며, 달러/원도 현재 외국인 직접투자자금(FDI)에 따른 물량 공급으로 1,300원대가 막혀 있으나 잠재적인 상승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나스닥지수 2,000선 지지에 대한 믿음이 확인되고 달러화 강세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어야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의 이종원 연구원은 "지난 6월 중순 이래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미국 시장이 강하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급반등보다는 낙폭 둔화정도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번주 목요일이 고비 = 이런 가운데 이번주는 목요일이 하나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야후!와 모토롤라 실적이 발표되고 국내에서는 7월물 옵션이 만기일을 맞기 때문이다. 실업수당 신규청구건수와 금요일의 소매판매 발표도 최근 미국 경제지표 중에서 소비부문에 대한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시장이 확인하고 가야할 지표다. 국내적으도 옵션 만기에 대한 매물 부담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LG투자증권 금융공학팀의 조철수 연구원은 "차익 비차익 등을 합쳐 만기일에 2,000억원 이상 출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선물 고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출회규모가 적어질 수 있으나 장세가 취약해 만기일 충격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시장 관계자는 "지수가 급락한 뒤 이제는 550이 아니라 더 빠져야 사겠다는 쪽으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바뀌었다"며 "정부가 내일 연기금 대책을 다시 내놓을 경우에도 매도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투신 해결 정도가 장에 모멘텀을 줄 수 있으나 7월말 해결 정도가 얘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대할 것이 못된다"며 "옵션 만기 관련 매물은 지난번 거짓신고로 이득을 취하는 세력들이 있어 신고에 대한 신뢰감이 적어 불안심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외신기자간담회에서 현대투신의 AIG 외자유치와 관련해 "현재 양측간 실사차이 처리문제를 협의중"이라며 "(협상은) 7월말까지는 끝나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근영 위원장은 AIG가 현대증권에도 투자하는 것을 원하고 있고 경영권을 갖기를 원한다면서 "(현대증권의 매각) 가격문제를 현대그룹과 협상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