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00
수정2006.04.01 23:03
벤처투자펀드를 평가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벤처펀드의 수익률이 알려지는 것이다.
이에따라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들은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지 모른다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벤처펀드 평가의 첫 단계로 중소기업청은 창업 및 진흥기금을 통해 출자했던 벤처투자펀드중 상반기까지 해산된 40개 펀드의 수익률을 집계하고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이를 공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중기청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과 정부산하 기관에 관련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중기청은 40개 펀드중 수익률이 높은 10개 조합의 수익률을 10일 발표했다.
중기청은 앞으로 반기별로 투자조합의 전체 해산 수익률을 공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기청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4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 10.5%로 조사됐다.
최고 성적을 기록한 펀드는 무한기술투자의 "무한메디컬조합"으로 수익률이 연 80.5%에 달했다.
반면 3개 펀드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원금까지 까먹으며 대조를 이뤘다.
한 펀드는 마이너스 8.2%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익률 공개에 대해 상당수 벤처캐피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세한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은 요즘 증시 침체로 심각한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수익률까지 공개되면 빈익빈 부익부 형태로 벤처캐피털간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게 이들의 우려다.
펀드 수익률에 관한 정보는 이제 조금씩 알려지는 단계이지만 시장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이달부터 벤처투자가 가능해진 국민연금은 우선 1천억원을 쓴다는 방침 아래 돈을 맡길 벤처캐피털을 찾고 있다.
국민연금의 장길훈 전략팀장은 "뛰어난 수익률 성적을 갖고 있는 벤처캐피털이 만드는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일부 벤처캐피털의 경우 투자조합 돈을 회삿돈처럼 주무르는 "불법"을 저지르는 등 비난을 받아 왔다.
그로 인해 펀드의 수익률이 왜곡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모 벤처캐피털은 펀드 운영을 잘못해 출자자들로부터 혼쭐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원금보장이라는 카드까지 내밀며 출자자들을 설득하는 진땀을 빼기도 했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선 벤처캐피털들의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게이트키퍼가 있다"며 "수익률 공개는 편법적인 펀드 운용을 막고 투명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