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건강보험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자금지원 요청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언론사 세금추징 문제까지 현실화 되고 있는데다 사안마다 정치적 이해와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 은행권은 운신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대아산과 함께 금강산육로관광을 추진하게 될 한국관광공사가 요청한 대출신청에 대해 지난달 28일 신한은행에 이어 29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도 각각 100억원씩의 '운전자금'을 대출승인 했다. 이들 은행은 관광공사가 요청한 자금이 대북사업에 쓰인다는 것이 분명하면 대출심사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1개월짜리 기업어음(CP) 인수형식을 띤 단순 운전자금 조달이라서 대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공사는 "이번 은행권에서 대출받은 자금은 현대 아산이 북한에 지급하지 못한 관광대가를 갚는데 쓰일 것"이라고 '대북사업용'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은행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대출해 준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관광공사가 운전자금 명목으로 빌려간 돈을 얼마든지 대북사업에 쓸 가능성이 있지만 은행으로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또 재정난에 처한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지난달 29일 CP를 발행해 조흥.외환은행과 LG증권을 통해 522억원을 조달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수입이 들어오는 오는 12일까지 CP 발행을 통해 모두 2천500억원을 차입해 급여를 지급한 뒤 보험료 수입이나 국고 보조금으로 갚기로 해 은행권 손내밀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공단의 자금조달에 응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공단으로부터 대출요청을 받았으나 CP를 투신권에 중개해주는 것으로 역할을 제한했다"며 "공단의 예상 적자 등을 고려할 때 여신형태로는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 은행 입장"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 같은 난처한 상황이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언론사들의 추징액 납부시점이 돌아올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언론사의 주거래 은행 여신심사 담당자는 "언론사들이 징수유예 신청 등을 동원한 뒤 추징액의 일부라도 내려면 어쩔 수 없이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며 "다른 기업과 똑같이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대출심사를 하겠지만 난처한 입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