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말재갈로 알려진 서울 몽촌토성 출토마구(馬具)는 말의 입에 가로물리는 재갈이 아니라 풀어놓은 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 두던 족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박물관 양시은씨는 최근 발간된 이 박물관 연간 기관지 「서울대박물관연보」 제12집에 기고한 '몽촌토성 출토 소위 마형(馬銜) 재고'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양씨는 지난 85년 몽촌토성 조사에서 확인된 3호 구덩이에서 나온 이른바 말재갈은 현재도 몽골 지역에서 말을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발에 채우는 데 사용되는'토사'(TUSHAA)라는 마구와 대단히 흡사하다면서 이는 재갈이 아닌라 족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들로 첫째 몽촌토성 출토품을 말재갈로 보기에는 크기와 구조가 맞지 않을 뿐더러 둘째, 몽골 옛 민속화에 등장하는 이 지역 말 족쇄 그림이 몽촌토성 출토품과 비슷한 점을 들었다. 쇠로 만든 몽촌토성 출토 마구는 S자 모양 재갈로 생각되고 있었으나 최근 보존처리 결과 S자로 생각됐던 이른바 재갈의 한 부품은 실제로는 반원 모양 쇠뭉치 2개를 고리로 연결해 마치 수갑처럼 채울 수 있는 구조임이 드러났다. 이 마구는 이런 반원 모양 쇠뭉치를 꽈배기처럼 꼬은 쇠줄로 연결해 양쪽 끝에 각각 달고 있다. 요컨대 몽촌토성 출토 이른바 말재갈은 수갑 두 개를 쇠줄로 연결한 것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어 말재갈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양씨의 견해다. 이 마구의 용도에 대해 그는 말 앞발목 두 군데를 모두 채움으로써 말이 멀리 도망가지 못하는 구실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가 사진으로 제시한 현재 몽골지역 말 족쇄 및 이 지역 민속화 그림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양씨는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실시한 몽골지역 흉노 유적인 '모린 톨고이'유적 발굴 당시 현지인들이 몽촌토성 출토 유물과 흡사한 마구를 말 족쇄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이상히 여겨 말재갈이라는 기존 견해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덧붙였다. 양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몽촌토성 출토품만 아니라 기존에 재갈이라고 보고된 다른 지역 출토 마구류에 대한 전면 재검토까지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