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4월 출시된 에쿠스는 올해 5월까지 모두 2만1천7백40대가 팔렸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한달동안 무려 1천2백79대를 판매, 출시이후 월간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는 당초 에쿠스를 출시하면서 별도의 디비전으로 만들려고 했다. 현대자동차를 떼고 "에쿠스"라는 브랜드를 달려고 했을 만큼 기존의 자동차와는 격을 달리한다는게 현대의 설명이다. 실제 에쿠스는 다른 차와 달리 전용공장에서 생산된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서다. 이 공장에서는 자동조립공정(콘베이어 벨트)을 지양, 공정별로 라인을 멈춘 뒤에 작업하고 작업이 끝나면 다시 라인을 가동시키는 방식으로 정지상태에서 작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또 기능 구간별 품질검사를 거쳐 다른 공정으로 이동하는 Q-공정 제도를 운영하고 좌우의 작업자가 작업내용을 상호 점검하는 이중검사시스템을 도입, 품질 제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아울러 작업자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하나의 제품에 사용되는 여러 종의 자재를 별도의 패키지로 쌓아 놓고 조립공정에 투입하는 새로운 자재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출시 초기에는 한국 메이커가 4천5백cc급 자동차를 만든다고 해서 업계에서는 의아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배기량 4천5백cc급 차를 만드는 회사가 몇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달 1천대 정도 팔리면서 에쿠스는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고스란히 수입차에 내주었던 3천5백cc 이상의 대형차 시장을 잠식한 것 자체가 에쿠스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시장안착에는 고객을 선별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현대는 분석하고 있다. 출시 이후부터 고객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DB 마케팅을 도입했다. 차종 및 고객의 취향에 관계없이 일괄 적용하던 기존 마케팅 방식을 탈피, 각 차종별로 세분화하여 소형급 차종은 범용개념의 마케팅 전략을, 비교적 구매층이 한정돼 있는 대형급 차종은 실구매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차별화했다. 이를 통해 수입차를 사기는 껄끄럽고 국산차는 별로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고객을 흡수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현대자동차 남부지역사업실 잠원지점(서초구 서초동 금강고려 빌딩 1층)에 1백4평의 전시공간을 확보, "에쿠스 전용 전시장"을 열기도 했다. 고품격의 고객 취향을 고려한 고급 분위기와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전담 상담직원을 배치했다. 또 이 전시장에 별도의 정비시설을 만들어 간단한 정비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이제 에쿠스가 단지 국내용이라는 평가를 단호히 거부한다. 현재 독일 등 유럽에 에쿠스를 수출하고 있을뿐 아니라 미국시장 진출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디트로이트에 있는 현대자동차 미국 연구소에서 에쿠스를 가져다 각종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