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말리는 승부는 결과 발표 이후부터 오히려 본격화되는 느낌이다" 언론사들에 수십억원씩의 부당내부거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실무자가 내뱉은 고민이다. 조사 과정에서 적잖이 반발해왔던 일부 신문사들이 넓은 지면을 활용, 공정위 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탓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조사국 관계자들은 "밥먹은게 소화도 잘되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편치 않기는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안정남 청장이나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해온 사령탑만이 아니라 23개 신문 방송사로 조사를 나갔던 현장반장 전원을 소환하겠다는 국회 소식에 국세청은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부는 세무조사가 정치쟁점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예견된 사태가 왔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 그러면서도 사무관 서기관급인 현장 반장들까지 불러들이겠다는 것에는 부담과 반발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외형상 분위기로는 역시 국세청 세무조사 파장이 더 크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의 직접적인 반발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더욱 집중적이다. 국세청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야당의 '언론탄압' 주장을 재인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공정위 조사에 대해서는 해당 신문사들이 조목조목 반박을 펴고 있다. 국세청이 과세내역을 신문사별로 공표하지 않았던 점이 해당 신문사들의 구체적인 반박을 차단하고 있는 것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매사 "법 절차에 따른 적법 조사"라고 연신 강조하면서도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공통점. 자칫 말꼬투리라도 잡힐세라 더욱 입조심하는 상황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후일'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낌새도 있다. 특히 일부 신문에서 이번 조사 업무의 명령계통에 있는 담당자들의 명단을 담은 조직표까지 지면에 올리자 심리적으로 꽤 위축된 모습도 보인다. "우리같은 실무자들이야 조직의 명령을 받들어…"라며 '부품론'을 강조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반면에 소신파도 눈에 띈다. "(이번 조사로) 우리 사회에 이제 예외는 없어졌다"(국세청 관계자) "지지파가 더 많을 것 같은데 반대의 목소리만 사방에서 요란한 것 같다"(공정위 실무책임자) 문제는 이번 조사를 둘러싼 논쟁과 시비가 좀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세청이나 공정위나 자칫 권위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허원순.오상헌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