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종현 < 라이코스코리아 대표이사 jkah@lycos.co.kr > 비행기 이륙 전 기내를 둘러보면 휴대전화 혹은 노트북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이륙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말소리나 손놀림이 빨라진다. 전자기기 사용을 중지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좌불안석이 된다. 이들은 비행기가 랜딩기어를 내리면 디지털기기를 꺼내들고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전원을 켜고 중단된 몇 시간의 대화를 재개한다. IT혁명이 가져다 준 디지털세상은 우리 생활을 '빛의 속도'로 바꾸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e메일을 확인하고 휴대전화가 한 시간 이상 조용하면 왠지 불안하다. 데카르트가 지금 살아있다면 아마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겼을 법하다. 아날로그 마인드로는 생존이 어려운 세상,바로 '디지털 세상'이다. 메신저서비스 위성네트워크 등 디지털 콘텐츠를 누가 얼마나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척도가 됐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디지털세상을 리드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보보스(BOBOS in Paradise)'는 여기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보보스는 20세기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부르주아와 반(反)문화를 대변하는 보헤미안의 합성어.한 세기를 지배한 부르주아의 권세와 이들에 반기를 들어 대항해온 보헤미안의 반항과 창조정신이 결합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지배계급이다. 20세기엔 이들이 대립하는 경쟁관계였지만 디지털세상은 상호보완과 공존을 가능케 했다. 보보계층은 부르주아의 야망과 합리성,보헤미안의 자유분방함을 결합해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세태에 순응하고 출세와 돈을 위해 창의성을 포기한 인간을 경멸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평균적 조직인간을 싫어한다. 효율성보다는 창의성을 추구한다. 이들에게 일터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 아니라 놀이터다. 디지털세상의 생존법은 디지털을 읽는 능력,디제라시(digeracy)를 갖추는 것이다. 현실 안주가 아닌 개척자,관행을 타파하는 혁신가,정보의 길목을 장악한 엘리트,이들이 바로 디지털세상의 뉴 리더들이다. 디지털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팀워크를 이해하는 정직한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