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넷시스템의 이장훈(34)과장과 다우데이타시스템의 탁선영(30)대리.이들은 스파게티와 IT(정보기술)를 사랑하는 결혼 2년째의 신세대 부부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린 날 서울 삼성동의 레스토랑에서 그들을 만났다. "제 남편이 회사에서 인기가 좋다던데.이 기사가 나가면 더이상 총각행세도 못하겠네요"하며 탁 대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부인의 뼈있는 말에 그냥 "허허" 웃어버리는 이 과장.그런 순둥이 같은 매력이 연애시절 탁 대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단다. 부인말대로 이 과장은 사내에서 인기가 많다. 동료 여사원들로부터 "술한잔 하고 싶은 남자 1위"로 꼽히기도 했다고. 그들은 지난 98년 대우 계열사에서 일하던 중에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지난해 대우그룹이 사라지면서 차례로 벤처열차를 탔다. 이 과장이 먼저 네트워크통합(NI)업체인 에스넷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탁 대리가 헤드헌터를 통해 IT전문 마케팅업체인 다우데이타에 합류했다. 현재 이 과장은 인사업무를,탁 대리는 홍보 및 IR를 맡고 있다. "둘 다 대기업의 문화에 젖어있어 벤처로 옮긴 뒤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적응하기도 힘들었죠.개인의 책임과 활동영역이 커진다는 게 대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 같아요" 하지만 이들 부부에겐 벤처이기에 좋은 점이 더 많다. 우선 주5일 근무여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매일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 삼성역 근처까지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40분은 그들에게 황금같은 시간이다. 부부싸움도 출근하면서 풀어버린다. 또 일하는 곳이 한동네다 보니 근무시간에 만나 차한잔 마시는 몰래데이트의 재미도 쏠쏠하다. 에스넷과 다우데이타 모두 코스닥 업체인데다가 같은 IT업종으로 서로의 관심사도 비슷해 더 잘 통한다. 신기술 동향에서부터 최근 회사의 주가까지 그들의 대화 밑천은 끊이지 않는다. 상대방 회사의 구내식당 메뉴까지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다. 기자와 만난 시간내내 자기 회사 자랑에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거품 논란도 있었지만 벤처기업에 몸담게 된걸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 덕분에 아직 우리 부부의 마음은 20대 초반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부의 금슬을 키우는데는 벤처가 최고죠" 바깥에 내리는 비처럼 싱그럽고 생생한 웃음을 가진 그들.내년 4월 입주예정인 26평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테헤란밸리의 건강한 잉꼬부부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