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를 선언한지 10여일만인 18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측의 대화재개 제의에 첫 공식 반응을 내놓으면서 대화재개를 앞둔 북미간 '기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이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경수로 건설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보상문제를 우선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미국이 제시한 의제대로 호락호락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측의 협상재개 제의에 대한 가부간 입장은 명확히 밝히지 않은채 미국이 의제로 제시한 핵, 미사일, 재래식군비 문제를 들며 "일방적이고 전제조건적이며 의도에 있어서 적대적"이라고 비난공세에 집중했다. 담화는 또 "미국이 협상을 통해 우리를 무장해제시키려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조미관계 현안발생 근원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등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음을 지적하며 "경수로 제공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보상문제가 협상의 선차적인 의제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미국이 제시한 북미대화 의제를 사실상 수정제의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성명(6일)과 후속조치로 이뤄진 잭 프리처드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간 접촉(13일)이 있은 뒤 처음 나온 북한의 공식반응을 예의주시하며 담화내용에 대해서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한 당국자는 "미국의 대화 재개 제의에 북한이 곧바로 수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본격적인 대화재개를 앞두고 앞으로 의제문제 등에서부터 북미간에 신경전이 본격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북한이 이날 담화에서 북미대화 재개 제의에 대해 '유의할 만한 일'이라고 표현한 점을 들며 북한이 북미대화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회담이 이뤄지기 전까지 한동안 지루한 기싸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북한의 가중되는 식량난 등을 감안할 때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북한이 이날 최우선 논의과제로 제시한 경수로 건설지연 보상문제와 관련, 북한으로서는 최대의 관심사인 전력보상을 희망하지만 경수로 건설지연의 책임이 북한에도 있다는 점에서 북미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특히 북한이 재래식 군비 문제에 대해 "미군이 물러나기 전에는 논의의 대상으로 조차 절대 될 수 없는 문제"라고 천명한 것은 미국이 3대 의제 중 하나로 제시한 재래식 군비문제에 대한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