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0년간 불황에 허덕여온 일본경제를 살릴 수 있는 치료제는 무엇일까. 누구도 그 환자(일본)가 중병에 걸려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최근 몇년동안 일본은 지난 1930년대 이후로 '빅(Big)경제'국가 중엔 처음으로 악성 디플레이션을 겪어왔다. 기록적인 저금리가 채무부담을 덜어주고는 있지만 일본의 현재 공채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전시상황을 제외한 빅경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업생산은 최근 4개월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떨어졌고 실업률은 지난 4월 4.8%까지 올랐다. 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투자 감소는 일본 수출에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 올 2·4분기와 3·4분기 GDP는 줄어들 전망이고 디플레이션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일본 신임총리는 지금까지 취해온 '수요 자극'보다는 '구조 개혁'에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과제로 은행 부실여신 청산,과도한 재정적자 축소,탈규제 등 세가지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의 야심찬 개혁안은 자민당 내부에서도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고이즈미 방안은 과연 일본경제에 대한 올바른 처방일까. 현재 고이즈미의 미시적인 개혁을 지지하는 측과 보다 거시적인 자극을 촉구하는 측의 논쟁이 치열하다. '지지파'는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개혁없이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통화및 재정 팽창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없으며 지금까지 팽창정책은 비효율적인 회사들이 계속 생존할 수 있게 함에 따라 보다 빠른 경제성장을 저해해 왔다고 강조한다. '자극파'는 지난 10년간 일본 장기 불황의 원인은 낮은 생산성, 즉 불충분한 공급 때문이 아니라 부적절한 수요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생산성 제고를 추구하는 구조개혁은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은행의 부실여신을 청산하고 채무회사를 문 닫게 하면 파산과 실업만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진실은 구조적인 개혁이나 거시적인 자극 가운데 하나만으로는 디플레이션과 낮은 생산성이라는 '일본병'을 치유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구조개혁만으로는 단기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것이다. 통화 또는 재정 팽창만 가지고는 구조적인 개혁에 대한 압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없다. 기업의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자원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배분시키고 투자수익도 높일 수 있다. 그래야만 일반 가정에서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게 된다. 구조개혁과 거시적인 경제자극은 함께 추진돼야 한다. 공채규모가 GDP의 1백30%이상 되는 수준에서 추가적인 재정 자극의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재정적자 감축을 최우선과제로 하려는 의도는 잘못된 것이다. 채무청산과 동시에 공공소비를 줄이거나 세금을 늘린다면 경제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통화완화책도 긴요하다. 일본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 금리인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지난 3월 다시 제로 금리로 돌아갔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통화안정이다. 일본중앙은행이 분별력있게 대처하더라도 현재 일본병은 어느 정도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는 치유할 수 없다. 구조적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현 경기침체가 단기적으로 완화될 수는 있다. 그러나 생산성 정체와 노동력 감퇴를 불러오면서 궁극적으로 오는 2009년의 성장률은 0.6%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구조개혁이 통화팽창과 함께 추진되더라도 당분간 불황은 더 깊어진다. 그러나 10년 이내로 성장률은 2∼3%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일본이란 환자는 현재 구조개혁과 공격적인 통화자극이 필요하다. 그것도 지금 당장 필요하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실린 'Chronic sicknes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