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7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경기회복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비관과 낙관으로 구분하라면 비관에 가깝다. 지난 2∼3월중 둔화세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던 실물경제가 4월이후 수출 및 투자의 감소, 산업생산증가율 하락, 재고증가율 상승 등으로 다시 둔화세로 돌아섰고, 특히 미국 등 세계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그같은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우리는 전 총재의 그같은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특히 물가상승률 억제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중앙은행 총재가 경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가불안 우려를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인데도 향후의 통화정책 초점을 경기동향에 맞추겠다는 것은 그만큼 객관적으로 보아 경기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기업실사지수(BSI)를 비롯한 일부 거시지표의 호전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지역별 업종별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내용적으로는 취약하기 그지없고,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풀릴 기미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국제유가 불안이 대두되는 등 국제경제 여건은 악화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어 무척 걱정스럽다. 이번 한은 총재의 경기인식도 그같은 우려가 밑바탕을 이룬다. 정책당국은 안이한 경제전망과 자세로 정책을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기 바란다. 같은 맥락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좀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은은 경기부진을 강조하면서도 물가와 경제상황, 금융시장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처방만 내놓았다. 물론 경기우려 발언이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같은 심리요법만으로 대처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어느 때보다 경기회복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금융정책의 구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