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녀 연예인들의 라운드를 다룬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남녀가 한 조를 이루어 9홀을 플레이해서 성적을 비교해보는 골프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시청하는 도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아무런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테면,남자 연예인이 퍼팅에 실패한 후 애석한 나머지 그린위에 그대로 벌렁 자빠지는 장면도 있었고,심지어 동반한 여자 골퍼가 바라보는 면전에서 거침없이 방귀를 뀌는 장면도 자막과 함께 방영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골프만큼 예의와 겸손,그리고 규칙이 강조되는 스포츠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연예인이란 공인이 그린위에서 벌이고 있는 난삽과 추태를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부각시켜 방영하고 있는 듯한 방송국 제작진의 자질과 제작의도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해당 스포츠에 출연시켜 대중화를 꾀한다는 의도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배구공을 발로 찬다든지,축구공을 손으로 쳐서 골인시키는 식의,말도 안되는 룰까지 다만 재미를 위해서 그대로 방영하는 꼴이나 다를 것이 없다.

방송매체가 다변화되고 프로그램이 다양화되는 것은 많은 정보를 단시간에,아니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압축시키거나 선택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야 할 조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같다.

바로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제작진의 자질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숙고하거나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은 필자가 시청한 그런 골프 프로그램 이외에도 너무나 많다.

문제는 출연한 당사자에게도 없는 것은 아니다.

퍼팅에 실패한 후 드러누울 장소가 따로 있다는 것을 모르는 나이도 아닌데,장소를 가릴 줄 모른다는 것은 그 나이에 배설할 장소조차 모르고 지낸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김주영 소설가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