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이 엊그제 발표한 '고수익채권 시장활성화 방안'을 보면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의 갖은 노력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여전히 신용경색 위험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데다,이번 방안이 금융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올 하반기에 유동성 위기를 다시 불러올지도 모르는 회사채 만기도래에 대해 아무런 대비없이 방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니 딱한 일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의 핵심내용은 고수익채권 투자펀드와 일임형 자산종합관리계좌(랩어카운트)의 도입으로 요약된다. 즉 투기등급채권을 30% 이상 편입하는 조건으로 이들 상품판매를 허용함으로써 올 하반기에 만기도래하는 투기채를 소화시키기 위한 수요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산이다. 올해 만기가 되는 회사채 36조9백74억원중 73%가 넘는 26조4천6백30억원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는데다 이중에서 13조8천억원 정도가 투기등급이라니 여간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사정이 그렇다면 우선은 이번 대책이 효력을 발휘하게끔 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투기채는 일반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데다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와 공모주 우선배정 등의 혜택까지 부여받고 있지만 그만큼 부도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기채 편입을 적절히 분산시키는 것이 수요확대를 위한 관건이라고 본다. 하지만 30% 이상의 투기채 편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의심되는데다 다양한 금융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랩어카운트의 취지에 걸맞지 않으므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대책이 시간벌기식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는 점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98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발행된 대규모 회사채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투기채를 언제까지고 이런 식으로 소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도 이점을 인식하고 전환사채 발행요건 완화,채권투자자 보호장치 강화,채권정보 관리기반 구축 등 정크본드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대책을 내놓았지만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 어차피 당장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남은 방법은 상시구조조정을 강화해 부실기업들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동시에 회생가능한 워크아웃 대상기업들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을 확대해 기업개선작업을 서둘러 끝내는 길밖에 없다. 부실기업의 소생여부가 확실해져야 금융불안의 원인을 없앨 수 있고 우리경제의 대외신뢰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