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이 워싱턴을 찾았다. 그가 챙겨갈 수 있는 선물 보따리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빈 보따리일 공산이 크다"는 게 이곳의 분석이다. 한국은 '미국이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 뭐 그리 오래 들여다 볼 것이 있다는 것일까. 미국은 "김정일의 못된 버릇을 고쳐 놓겠다"는 못할 말까지 다 해버린 상태다.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햇볕정책은 지지하지만 한국방식을 따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검증(verification)과 상호주의(reciprocity)가 보장되지 않는 한 보상(reward)은 없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이 뭔가 다른 것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순진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 상선이 영해를 침범해도 말 한마디 못한다. 스스로의 덫에 걸려 조롱만 당하고 있는 꼴이다. '답방이 언제나 이뤄지나'를 외우며 기약없이 북쪽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북한 남한,그리고 미국이 들고 있는 카드는 이미 다 드러났다는 게 이곳의 분석이다. 새로 나누어 받을 카드도 없는 '마지막 베팅(betting) 상황'에 서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꼼수(bluffing)계산'은 그만하고 모두 카드를 펼 때다. 이른바 '물 카드'만 들고 앉아 버티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괴로운 것은 남북한 민초들 뿐이다. 미국에 정말 새로운 변수가 있다면 그것은 제임스 제퍼즈 의원의 공화당 탈당과 이에 따른 미의회 역학구도의 지각변동일 지 모른다. 민주당의 상원 장악이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뭔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장관에게 한가닥 새로운 희망이 있다면 이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것도 크게 기대할 것은 아니라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의미에서 한 장관의 이번 방문도 '장관 취임인사차'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것이 리스크도 적고 현실적인 목표일 지 모른다는 게 이곳 워싱턴의 분위기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