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력시위 사태는 한때 '데모 망국론'으로까지 표현되던 우리사회의 고질병이 재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노총이 서울시내 교통을 마비시킨 대규모 폭력시위를 벌이고 한총련이 제9기 출범식을 가진데 이어 3일에는 전국의사들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갖는 등 요며칠 사이 '데모 공화국'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민노총 시위대가 경찰청에 몰려가 유리창을 부수고 월드컵 홍보탑을 불태우는가 하면 정보수집 형사를 집단폭행한 것은 사회질서를 책임진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한 무법행위가 아닐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 화염병을 투척해 소방차가 출동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진 것도 과거에는 볼수 없었던 양상으로,최근의 시위가 얼마나 극렬한가를 짐작케 한다. 민노총의 시위가 이처럼 폭력화되고 있는 것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연대파업을 앞두고 파업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로 보여지지만 그보다는 정부와 공권력의 미온적 태도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 4월 대우자동차노조 과잉진압으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던 경찰은 아예 정당한 공권력 사용마저도 포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폴리스라인을 지키는 여경들이 얼굴에 계란세례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디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어제 경제5단체장들이 긴급모임에서 "정부가 입으로는 '불법필벌'을 외치면서 무법천지 사태에 뒷짐이나 지고 있다"고 정부를 성토한 것도 이같은 국민정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와 관련,서울경찰청이 불법·폭력시위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뒤늦게나마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지금 우리사회는 정치·경제불안에다 전통적 가치체계가 붕괴되는 혼돈으로 모든 계층이 욕구불만에 차있다. 이럴 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할수 있는 법질서마저 무너진다면 끝장이다. 상황이 나쁠수록 근로자의 시위도,공권력의 행사도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중에서는 '6월 대란'설도 나돈다고 하지만,모처럼 보이기 시작한 경제회복의 싹을 폭력투쟁으로 꺾어버리는 일만은 없어야 하겠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노조활동의 폭력화가 용납돼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