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할리우드 대작들의 흥행 접전이 치열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영화의 마케팅 경쟁 또한 불꽃튀고 있다. 영화 배급사들은 주말 개봉 관례를 깨고 일찌감치 금요일에 영화를 선보이는가하면 대기업들과 연계해 대규모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또 전(全)편이 아닌 주요 장면만 편집한 `맛보기' 예고편 시사회를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진주만」이 금요일인 지난 1일 가장 먼저 포문을 연 데 이어 안젤리나 졸리주연의 「툼레이더」도 역시 금요일인 29일에 개봉 날짜를 확정했다. 영화사들이 이처럼 금요일에 개봉 일자를 잡는 것은 입소문을 이용해 주말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홍보 전략의 하나다. 또 금요일에 개봉해도 관객이 들 수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지난 98년「아마겟돈」과 지난 해「미션임파서블2」도 하루 앞당겨 개봉해 `재미'를 봤다. 3일 월트디즈니에 따르면「진주만」은 3시간이라는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 지난 주말 서울 23만 9천700명, 전국 45만명 동원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국내 개봉 외화 가운데 개봉 첫주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미션 임파서블2」의 19만7천426명(전국 44만3천286명)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한편, 튜브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한「툼레이더」는 이미 하이텔, 코카콜라, 한국통신 프리텔 등 대기업들과 30억 상당의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십세기폭스 코리아는 당초 6월 30일로 잡았던 올해 칸 영화제 오프닝작「물랭루즈」의 개봉일을 7-8월로 미뤄 「툼레이더」와 맞대결을 피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영화의 주무대인 프랑스를 부각시켜 프랑스산 브랜드 제품이나 프랑스 문화원 등과 연계해 대규모 이벤트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올 7월 28일 개봉할 콜럼비아의 3D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는 개봉에 앞서오는 6월 14일 17분짜리 예고편 시사회 및 기자회견을 연다. 아직 영화가 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의 주요 장면을 편집한 예고편 시사회를 따로 갖는 것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콜럼비아트라이스타의 한 관계자는 "올 여름에는 '슈렉' '아틀란티스' 등 애니메이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실사 영화같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3D기술을 먼저 홍보하기 위해 예고편 시사회를 따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 영화의 디지털 아티스트로 활약한 한국인 스태프 김종보 씨가내한해「파이널환타지」의 제작 과정을 설명한다. 이밖에 UIP코리아는 「미이라2」의 개봉에 맞춰 6월 8-23일까지 용인 에버랜드에서 영화 속 캐릭터를 본 뜬 `파라오와 파라오 왕비의 마임쇼'를 열며, 7월 21일개봉 예정인「쥬라기공원3」도 코카콜라 등과 함께 이벤트를 계획해 놓고 있다. 이처럼 영화사들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은 미국과 일본, 유럽, 호주 등에 이어한국 영화 시장이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에 반해 한국 영화로는 올 최대 기대작「무사」의 개봉이 9월로 늦쳐지면서특별한 대작없이「엽기적인 그녀」,「베사메무쵸」,「소름」,「신라의 달밤」등만이여름 개봉 채비를 마쳐 영화계 성수기 수입의 대부분은 직배사의 손에 넘어 가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