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운영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도표가 있다.

종이 한가운데에 원점을 잡고 여기서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축을 그린 다음, 축에다 성장 고용 물가 국제수지의 네가지 거시경제지표 실적을 점으로 찍어 기록하는 것이다.

축에 눈금을 매기는 방법이 조금 특이한데 경제성과가 좋을 수록 원점에서 멀어지도록 한다.

이 네 개의 점을 이으면 다이아몬드 모습의 사각형이 된다.

경제실적이 좋은 경우에는 크기도 크고 모양도 균형이 잡힌 훌륭한 보석이 나타난다.

특히 대선(大選)이 있는 해의 실적을 그린 그림을 ''대통령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 이유는 이것이 차기 대통령에게 물려줄 경제적 유산을 압축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축복 또는 저주가 담겨져 있는,거절할 수 없는 선물인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전두환 전대통령은 멋진 보석을 만들어 후임자에게 인계했다고 볼 수 있다.

임기 마지막해인 87년 경제성장률은 12.8%(기준연도 등이 바뀌면서 나중에 11%로 수정됐지만)에 달했고 실업률은 3.1%까지 떨어졌다.

취임 전에 30%에 육박하던 인플레는 3%로 낮아졌고 경상수지도 53억달러 적자에서 1백억달러 흑자로 반전됐다.

그림으로는 크기와 모양과 색깔이 다 좋은 다이아몬드가 나온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먼저 이러한 실적이 대통령과 경제팀만의 실력에 의한 것은 아니었고 ''3저(低)현상''이라고 하는 해외여건의 대폭적인 개선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 그림이 어디까지나 ''경제 다이아몬드''라는 점이다.

자유와 인권 등 정치적 발전정도를 측정해서 그렸다면, 즉 전(全) 대통령의 ''정치 다이아몬드''라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빈약하고 일그러진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노태우정부는 이렇게 값지고 좋은 경제 보석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

5년 후인 92년 성장률은 5%대로 떨어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를 넘어서게 됐다.

대규모 흑자였던 경상수지는 4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노(盧) 대통령이 김영삼정부에 넘겨준 보석은 크기도 훨씬 작아진데다 뒤틀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볼품이 없어진 다이아몬드를 만지작거리던 김영삼 대통령은 도로 키우거나 다듬지를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큰 흠집을 남긴채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말았다.

97년의 도표를 보면 보석의 크기는 물려받았을 때와 별 차이가 없지만 그림에 나타나지 않은 IMF위기라는 흠집이 너무나도 깊었기 때문에 이듬해가 되자 성장률은 -6.7%로까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이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다음 정권에 어떤 것을 넘겨줄지가 궁금해진다.

몇 달 전만 해도 보석의 흠집은 수선이 된 듯해서 전(全) 대통령의 다이아에 못지 않은 보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작년 우리경제가 9%에 가까운 성장률, 2%대의 물가상승, 4.1%의 실업률, 1백1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라는 훌륭한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년에 들어서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1·4분기의 성장률은 3.7%로 추락했고 물가도 점차 불안해 지고 있다.

현정부가 다음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유산을 물려주려면 이 도표가 시사하는 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다이아의 크기에 집착해 억지로 키우려 해서는 안된다.

성장률을 높이고자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시도하면 물가나 국제수지에 주름이 가게 돼 균형이 깨지게 된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보다는 규제를 완화해서 보석이 자라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임기 말년에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려는 풍조가 나타나고 경제팀의 위기관리 능력이 약화되는 경향이 생기므로 강력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멋진 경제 다이아몬드의 재창출에 모아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본사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