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용한씨와 사진작가 심병우씨가 사라져가는 토종문화의 현장을 찾아 "꾼"과 "장이"(실천문학사,각권 1만2천원)을 펴냈다.

평생 산과 들로 다니며 발품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꾼",한 자리에서 수공업적인 기술로 기막힌 솜씨를 뽐내는 "장이"의 삶.

잊혀져가는 토종지기들의 아릿한 삶이 두권의 책에 담겨 있다.

잘 알려진 명인이나 인간문화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얘기여서 더욱 감동적이다.

4백여컷의 사진도 곁들여져있다.

주인공들은 심메마니와 석청꾼,죽방렴 어부,숯장이,짚신장이 등 27가지 업에 종사하는 32명의 전통 지킴이.

"산삼과 약초의 효능""서민들의 옛집문화"등 궁금한 내용들은 "곁들여보는 토종문화"코너에 별도로 설명해놨다.

강원도 산골을 누비며 정성스레 산삼을 받는 심메마니,가장 은밀한 곳에서 가장 달콤한 꿀을 따는 석청꾼,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려 한손으로 석이를 따는 석이꾼,일곱 번 화로에 달구고 천 번을 두드려 낫을 만드는 대장장이,뽕잎 따서 누에 치고 누에실로 베를 짜는 명주장이...

사냥매의 꼬리표를 시치미라고 하는데 남의 매에 달린 시치미를 떼고 자기 매라고 우기는 것에서 "시치미떼다"라는 말이 나왔다는 얘기도 만날 수 있다.

우리 것을 지키는 사람들의 눅진한 심성이 진하게 배어나는데다 그 현장을 정성껏 담아낸 저자의 자세도 진지하다.

책상앞에 앉아 쓴 책이 아니라 품도 많이 든 역작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