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 수험생들은 유난히 공부를 못한다고 한다.

''단군 이래 최저수준''이라는 말까지 떠돌 정도다.

지난해 가을부터 퍼지기 시작한 이 말이 단순한 풍문이 아닌 사실로 새삼 확인됐다는 소식이다.

대입 전문학원에서 모의 수능시험을 실시한 결과 재학생과 재수생의 점수차가 지난해보다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학기초에 치르는 모의고사의 경우 예년에도 재수생의 점수가 재학생보다 높았으나 올해는 유독 격차가 심하다는 발표다.

점수차가 최고 40∼50점에 달해 밝히지 못한 곳도 있고 이 때문에 대입학원마다 재수생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렇게 된 건 이들이 ''이해찬 1세대''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1998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뭐든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예ㆍ체능 쪽에 신경쓰고 공부는 소홀히 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야간자율학습을 막고 모의고사를 못치르게 한 원인이 크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열린수업과 재능위주 교육이라는 실험적 정책의 희생양이라는 얘기다.

정말이지 우리의 교육과 대입 정책은 종잡을 수가 없다.

쉬운 수능을 강조한 끝에 수험생들을 원리도 모른채 문제만 풀어대는 기계처럼 만들어 놓곤 변별력이 떨어지니 다시 어렵게 내겠다고 나선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이상적 방안을 내놓기도 일쑤다.

그러나 과연 모두가 정책탓만일까.

교육개혁이란 본래 하루 아침에 이뤄지기 힘든 것인데도 정말 뭔가 확 바뀔 것처럼 호도하거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학생들을 부추긴 대목은 없었을까.

TV를 비롯한 매체와 사회 전반에서 공부 잘한 사람보다 연예인이나 골프선수가 돈을 더 많이 번다고 강조하는 바람에 공부 잘하는 학생이 부러움을 사기보다 따돌림을 당하는 풍토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교육개혁엔 묘수가 없다.

공교육 회복을 위해선 조급한 마음부터 버리는 게 필요하다.

교육개혁의 열쇠는 교사가 쥐고 있다는 전제 아래 교사의 의욕을 북돋우고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을 강구,진득하게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