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ceo@kidp.or.kr >

''디자인 부사장'' 요즈음 디자이너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부문과 비교해 승진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담당 전무나 상무는 보통이고 부사장이라는 직위도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디자이너의 직위가 고작 부장 수준이었다.

디자인 전문회사의 경우 당연히 디자이너가 사장이지만 가전이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에서 디자이너가 부사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자인 경영이 중요한 시대임을 실증해 주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디자인이 왜 더 크게 각광받고 있을까.

기술과 품질이 평준화되면서 디자인이 타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되고 있다.

디자인이야말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된 것이다.

"저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 값은 얼마지요?" 소비자들은 일단 디자인이 좋은 것을 골라놓고 그 다음에 성능이나 가격 등 다른 요소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비자단체 등이 실시한 조사결과를 봐도 구매동기에서 디자인을 우선 고려한다는 답이 압도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바람직한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창출하는 등 디자이너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업무를 주도한다.

새로운 사업영역의 개척이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신제품 기획에서도 디자이너들이 맹활약한다.

디자이너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이제 디자인은 최고경영자의 책임이다.

우수한 디자이너를 확보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다.

최고경영자의 디자인 안목에 따라 기업의 디자인 수준이 결정된다.

국내 굴지의 회사들이 독자적인 디자인연구소를 두고 디자이너를 속속 주요 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여성 디자이너를 중역으로 발탁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제품일수록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세계적인 디자인대회에서 수상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자이너 중역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