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 특유의 투명한 햇살이 눈부신 실리콘밸리 한켠에 노베라옵틱스라는 벤처 기업 간판이 걸렸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날아온 한 교수가 세운 광통신장비 전문업체인 노베라옵틱스가 불과 2년뒤 기술력 하나로 1억달러에 육박하는 거액을 투자받는 벤처로 성공하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노베라옵틱스 김병윤(48) 사장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리고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핵심기술 개발은 한국 엔지니어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직원 대부분은 미국 사람이다.

한국 기술과 미국 비즈니스 방식의 결합이 노베라옵틱스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IT(정보기술) 벤처업체들이 자체개발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앞세워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IT, 특히 인터넷 분야는 한국이 미국을 바짝 뒤쫓을 만큼 앞서 있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그동안 외국서 받아들인 기술을 변형해 해외로 나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최근엔 아예 현지에 본사를 세우는 사례도 많이 찾아볼수 있다.

진출 국가도 미국 중국 일본에서 대만 싱가포르 홍콩 태국은 물론 유럽지역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 봇물 이루는 해외 진출 =인터넷 전화업체인 앳폰텔레콤은 최근 미 로스앤젤레스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와우콜은 지난해 11월 일본에 법인을 세우고 인터넷전화를 서비스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인 이네트는 미국에 커머스21을 설립했다.

파이언소프트는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에 법인설립을 추진중이다.

소비자평가 사이트를 운영중인 엔토크는 일본 다이이치통신과 합작법인을 세웠으며 온라인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대만에 진출해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선인터넷 동영상 솔루션업체인 네오엠텔, 인터넷 솔루션업체 아이비즈넷, 컴퓨터 바이러스백신업체 하우리는 남미의 브라질에 진출했다.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벤처는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 성공 사례 =지난 98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VoIP(음성데이터통합)장비업체인 코스모브리지는 작년엔 일본에 법인을 세웠다.

코스모브리지는 처음 장비를 팔기 위해 해외 법인을 세웠지만 현지 시장 상황을 조사한 결과 전략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미국에선 인터넷전화서비스, 일본에선 인터넷전화 선불시스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코스모브리지의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설립 후 1년이 채 안된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1백2억원)의 20%인 21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총 매출 2백90억원의 34%에 해당하는 98억원을 해외에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실패 사례 =모든 벤처들이 해외진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없이 성급하게 뛰어든 업체들은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 전자상거래업체인 A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A사는 폭발적 성장을 계속한 국내 인터넷 시장만을 생각하고 일본에 진출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국내 인터넷 환경에 비해 낙후돼 있는 일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이유였다.

한국에서 성공했으니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이 회사를 존립위기로 몰고 간 것이다.

국내 벤처들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는 차이나게이츠넷 김연홍 사장은 "해외진출을 위해선 현지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글로벌 컴퍼니와 경쟁한다는 점을 미리 감안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