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루''는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의 눈물겨운 출산기다.

주인공 부부(고소영 이성재)는 임신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지만 태아의 건강상태가 안좋다는 얘기를 듣는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낳은 아기의 생명은 단 하루.

출산소식을 듣자 남편은 달려나갔다 숨이 턱에 차 돌아온다.

출생신고서를 들고서.

임신과 출산은 이처럼 신의 축복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부부 8∼10쌍중 한쌍이 불임으로 고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세상엔 불공평한 일이 많은 법일까.

아기를 갖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에선 많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괴로워한다.

우리의 경우 실제 낙태가 금지돼 있지만 실제론 한해 1백만건 이상의 수술이 이뤄진다고 한다.

최근엔 이가운데 10대가 10∼20%라는 충격적인 보도도 나왔다.

10대 낙태가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데도 성교육, 특히 피임교육이 거의 안되기 때문이다.

내일청소년연구소의 조사 결과 서울ㆍ경기지역 청소년보호시설에 수용된 10대중 여러 명을 상대로 성관계를 가진 소녀의 25.6%가 피임을 안해 18%가 임신하고 대부분 수술했다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하고도 남는다.

피임방법엔 월경주기를 이용하는 자연피임법,기구 사용 등이 있으나 널리 쓰이는 건 피임약이다.

피임약은 50년대 중반 이후 구미 각국에서 꾸준히 개발돼 사전용인 경구약 외에 성폭행당한 여성을 위한 사후용 모닝필도 등장했다.

연말께는 미국 존슨&존슨의 자회사인 오소 맥닐이 개발한 ''붙이는 피임약''이 시판되리라는 소식이다.

아랫배나 엉덩이에 부착하면 먹는 피임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발표다.

붙이는 피임약은 아무래도 먹는 약보다 거부감이 적을 것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과 낙태를 막기 위해선 솔깃한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 역시 구토 위장장애 두통 유방통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청소년에게 피임약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효용과 후유증 모두를 제대로 알려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