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동부 차오양먼(朝陽門) 근처를 지나다 보면 흉물스런 잿빛 시멘트 건물이 눈에 띈다.

이 건물은 유명 백화점인 하이란윈텐(海藍雲天)의 매장이었다.

그러나 이 백화점은 경영에 실패, 매장을 2년째 빈 건물로 방치하고 있다.

차오양먼에서 자동차로 10여분 떨어진 줘지아좡(左家庄)의 대형할인점 까르푸(중국명 家樂富).

3층 규모의 매장은 언제나 고객들로 북적인다.

손수레가 쉴 틈이 없을 정도다.

베이징의 두 풍경은 지금 중국에서 일고 있는 소비유통 혁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 백화점은 쫓겨날 위기에 처한 반면 할인매장 대형체인점 등이 새로운 유통 주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소비시장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외국계 유통업체였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이들은 선진 구매기법을 통해 원가를 낮췄다.

세계적인 체인망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모았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소비유통업체는 약 2백50여개.

지난 95년 까르푸를 시작으로 속속 진출한 월마트 매트로 세븐일레븐 이마트 등이 중국 소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연쇄점경영자협회 쿼거핑(郭戈平) 회장은 "체인점이 소비유통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곧 중국 소비유통 시장이 선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