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대통령과 함께 라운드를 하면서 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분의 "골프 습관"이다.

박 대통령은 그린에 올라가면 딱 한번만 퍼팅을 하고 끝냈다.

말 그대로 "1퍼팅 OK"였다.

박대통령은 "골프는 다 좋은데 말이야 퍼팅은 운동이 안된단 말이야.고개를 숙여서 몸에 부담이 되는데다 신경이 쓰여 안좋고 별로야"라고 말했다.

그 이후 박대통령이 그린에서 한 번 퍼팅을 하고 나면 항상 함께 라운드를 하던 박종규 경호실장이 바로 볼을 집어 들고 "각하,다음 홀로 가시죠"라고 권했다.

그런뒤로 박대통령은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퍼팅은 딱 한 번씩만 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국가원수가 고개를 숙이고 1m 정도 되는 거리를 넣으려고 신경쓰는 게 품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박 대통령이 라운드를 하면 경호가 상당히 엄했다.

페어웨이 좌우측 숲속에는 성동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잠복한 채로 계속 따라왔다.

또 박 대통령 바로 옆에는 꽤 직급이 높아 보이는 경호원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고 조금 거리를 두고 2명의 경호원이 그늘처럼 서 있었다.

페어웨이 좌우로는 경호원 10여명이 호위를 하고 있었다.

한 번은 박 대통령의 샷이 제대로 되지 않아 레슨을 하려고 다가가 그립도 교정해주고 스윙자세를 바로 잡아주었다.

그랬더니 항상 붙어 다니던 고참 경호원이 내게 다가와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그러면 나는 "가까이 가서 자세도 잡아주고 해드려야 되는데 멀리서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대꾸했다.

경호원은 "몸을 만지거나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않도록 신경을 쓰시오"라고 재차 주의를 환기시켰다.

박 대통령이 골프장을 지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분을 맞았다.

서울컨트리클럽은 전반을 마치고 후반으로 가는 도중에 드라이빙레인지가 있었는데 박 대통령은 거기에서 연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운동들 하시오"라고 말했다.

한 번은 연습을 하던 한 사람이 "각하,한 번 쳐 보시지요"라고 권하자 "그럴까"하면서 연습스윙을 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외부에서는 박 대통령을 무척 엄하고 무섭게 보고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히 친근하게 대했다.

농담도 곧잘 했다.

가끔 나는 라운드 도중 쉬는 시간에 박 대통령에게 스윙에 관한 조언을 했다.

그날도 "각하,너무 힘을 많이 주시지 마십시오.몸을 딱딱하게 해서 볼을 치지 마시고 부드럽게 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스윙을 하십시오"라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박 대통령은 "한 코치는 빨리 치면서 왜 나에게는 천천히 치라고 하는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젊은 내가 힘차고 빠르게 스윙하는 것을 보고 그런 것이었다.

나는 "익숙해지실 때까지는 빠르게 스윙을 하면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천천히 하십시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 박 대통령은 "그래,앞으로 자주 많이 해야겠구만"하고 말을 받았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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