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1일부터 시행되는 주유소 복수상표표시제(복수폴사인제)를 앞두고 각 정유사와 주유소 업체들이 제도 도입에 따른 준비에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른면 국내 유류 소비량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는 SK와 LG칼텍스정유는 자사제품을 판매하는 전국 6천4백여개 주유소중 직영점 비율을 현재의 20%선에서 크게 높여 자사 상품의 시장지배력을 최소한 지금 수준으로 유지, 방어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 양사와 현대정유는 그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주유소에 대해서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되 타사제품이나 수입 유류제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는주유소에 대해서는 우월적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제품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메시지를 은근히 보내고 있다.

SK는 특히 자사에 대한 충성도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유소의 경우 자사 간판을내리도록 하는 방안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와 LG정유는 아울러 지금까지 한가지 브랜드 유류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단일폴사인제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복수폴사인제로 전환될 경우 수입유류나 저가덤핑유류 등이 유통돼 시장질서가 문란해 질 것이 뻔하다는 여론을 여러경로를 통해퍼뜨리고 있다.

이에 반해 후발업체로 시장점유율이 13.8%에 불과한 S-Oil은 이 제도 도입을 자사제품 판매확대의 호기로 보고 각 주유소에 줄 다양한 혜택을 검토중이다.

또 타이거 오일 등 소규모 수입 유류상들도 복수폴사인제 도입을 계기로 자신들의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계산아래 각 주유소들과 다각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 확대와 정유사들의 부당한 횡포방지를 명분으로 이 제도시행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주유소 업계도 복수회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부지 및 시설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또 영세하거나 부실한 주유소끼리 서로 통.폐합함으로써 내실있는 주유소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전국 1만400여개 주유소들의 모임인 한국주유소협회(회장 원용건) 관계자는 "새제도는 그동안 부당한 요구를 내세우며 제품을 대주던 정유사들간에 공급가 인하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일반 소비자와 주유소업자에게 가격인하 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며 적극 환영했다.

현재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가는 휘발유의 경유 당 30 40원, 등유 및 경유의 경우 60 100원의 공급가 차이가 있는 상태.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난 92년 4월 단수폴사인제가 도입된 이후 각 정유사로부터 시설자금을 지원받은 업체중 약 30 40%가 이미 채무를 모두 상환한 상태여서 복수폴사인제를 실시할 자금력이 있는 업소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주무부서인 산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 각 주유소의 유류저장시설과 주유기 구분, 상표법 위반시 처벌 등 최소한의 내용을 담은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일 입법예고 했다"면서 "나머지 사항은 정유사나 유류도매상, 주유소들이사적계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복수폴사인제는 지난 3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소비자 보호강화 방안의 하나로채택돼 9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