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제3자 물류"바람이 거세다.

제3자 물류(3PL)는 원자재 수급,하역,재고관리,배송 등 물류 전부문을 전문업체에 맡기는 기법이다.

제조업체는 오로지 제품생산에만 집중하면 된다.

제3자 물류는 자체차량으로 물류업무를 수행하는 제1자 물류,물류자회사 등에 단순용역을 맡기는 제2자 물류에서 한단계 발전한 것.운송,보관,하역 등의 포괄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때 그때 물류업체를 부르는 단순한 아웃소싱과 구별된다.

제3자 물류의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미국의 델컴퓨터가 페덱스(Fedex)와 3PL계약을 맺어 재고를 없애고 싼값에 PC를 공급해 성공한 사례는 제3자 물류의 힘을 잘 말해준다.

미국은 물류시장의 10%,유럽은 20% 이상이 3PL방식이다.

한국의 제3자 물류시장은 아직 태동기다.

지난해의 경우 물류시장규모 70조원의 약 3%인 2조원 정도가 3PL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94년 진로가 맥주시장에 진출하면서 별도의 물류조직을 만들지 않고 삼영물류에 전담시킨 게 우리나라 3PL의 효시로 꼽힌다.

그 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의 역량을 핵심부문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취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IMF사태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로의 사업재편이 절심함을 체득했고 고도의 물류서비스를 요구하는 외국기업의 한국진출이 늘어난 점도 3PL 수요를 높이고 있다.

굵직굵직한 계약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통운은 지난 3월 한 대기업(외국합작사)과 연12만t 규모의 원자재 수입,국내외 제품배송 등 일체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3PL계약을 맺었다.

향후 5년동안 4백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대한통운은 한국유리,효성 등 8개사와의 3PL을 통해 지난해 3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7백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택배는 현대중공업과 제3자 물류계약을 맺었다.

현대택배는 수하물을 한 곳으로 취합한 후 다시 배송하는 크로스 독킹(cross docking)방식에서 중간취합 단계를 생략해 물류비용을 크게 줄였다.

이 회사 최흥원 이사는 "업계최고의 전문인력과 컨설팅조직,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3PL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진도 한국카프로락탐 울산공장에서 제품포장,창고내 이송,차량적재,운송,하역 등의 물류 전단계를 맡고 있다.

한국협화화학공업,신동방,라파즈코리아,카스맥주 등도 한진의 제3자 물류서비스를 받고 있다.

지난해 3PL매출은 약 2백억원으로 육상운송사업(택배 제외)의 20%를 차지한다.

물류사업에 뛰어든 지 2년 남짓한 CJ GLS는 제3자 물류를 전담부서를 두는등 3PL을 차별화전략으로 삼고 있다.

CJ GLS는 주한 외국 회사들을 집중공략해 존슨&존슨,질레트코리아 등을 고객으로 확보,지난해 3PL에서만 3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물류협회 신유균 전무는 "낙후된 물류시스템이 기업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3PL이 활성화 돼 페덱스나 UPS같은 대형물류회사가 나와야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