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신용카드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연간 2백조원이 넘는 국내 카드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시장효율을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나친 고금리로 비난여론이 높았던 카드대출금리가 과점체제에 따른 담합의 의혹이 짙다는 점만 봐도 카드시장 개방을 서둘러야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신용카드업 허가요건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요건을 너무 완화하면 과당경쟁과 탈법영업이 우려된다. 반대로 이번처럼 △금융 및 전산전문인력 3백명 △전산설비 및 점포 30개 △금융거래고객 15만명 △법정자본금을 포함한 자기자금 8백억원 이상을 각각 확보해야 하고 주요 주주는 자기자금으로 출자해야 하며 부채비율이 2백%보다 낮아야 한다는 등 허가요건을 너무 까다롭게 할 경우 형식적인 시장개방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허가요건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금융당국이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일시적으로 신규진입을 허용했다가 다시 규제한 경우가 많아 우선 허가를 받아놓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진입러시를 촉발하기도 했다.

이번에 허가요건을 까다롭게 정했다가 2∼3년 뒤 대폭 완화하기로 한다는 방침도 그런 경험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완화방침 예고는 보기에 따라서는 기존 카드사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허가요건을 충족시키자면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카드시장에 빨리 진입하려면 신규설립 대신 기존 카드사를 매수해야 하는데,이경우 기존 카드사에 많은 금액의 영업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

까다로운 허가요건은 결과적으로 카드시장 개방의 의의를 반감시키기 때문에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